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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쎄, 내가 어제 세차를 하는데 택배가 오더라구. 근데 택배아저씨가 날 더러 아니, 내일 눈 온다던데 세차를 하시네요. 이러더라구." 아침에 cctv 작업을 하던 남편이 내게 건넨 말이다. 기온은 낮았지만 햇볕이 화사한 아침이다. "자기야, 꼬리 사러 가야 해." 축협에서 문자가 왔는데, 다음 주까지 꼬리가 50% sale이라고 했다. 자주 하는 행사가 아니니, 우린 10시 30분에 축협으로 출발했다. 도로변의 나무들이 노란 새싹을 틔우고 개나리도 활짝 꽃을 피웠다. 자동차로 30분 거리의 풍경이 이렇게 다르다니, 우리 동네보다 일찍 기상을 한 꽃구경은 역시 심쿵할 만하다. 꽃들도, 햇볕도 완연한 봄이다.
그런데, 축협을 나와 마트에서 장을 보고 나오는데, 눈이 내린다. 한두 개씩 뿌리던 눈은 도로변의 나무시장에 도착했을 땐 제법 흩뿌리고 있었다. 2년 전 '고광나무'를 사다 심은 기억이 있어 차를 멈췄는데, 안타깝게도 고광나무는 없었다. 돌아서 나오려는데, 나무시장 노부부의 권유가 너무 진지해서 꿩 대신 닭, 고광 대신 계획에도 없던 '겹살구꽃'을 사 왔다.


점심으로 김밥을 먹고 남편은 cctv작업을, 난 알배추 하나로 겉절이를 만들었다. 장 봐온 토종닭을 손질해서 솥에 백숙거리를 앉혀놓으니, 눈보라는 어디 가고 쨍하고 햇볕이 나왔다. 아무래도 호랑이가 장가를 가는 날인가 보다. 쌓였던 눈은 거짓말처럼 녹아버리고 눈꽃도 사라져 버렸다. 아, 그래서 "봄 눈 녹듯이..." 란 말이 생겨났다 보다.

호랑이의 결혼식이 끝났는지 다시 또 눈이 내린다. 아무래도 오늘 사 온 살구꽃을 더 춥기 전에 심어야겠다. 작업 중이던 남편을 졸라 남쪽 화단에 살구꽃을 심었다. 그쳤다 내렸다를 반복하는 눈이 나무를 심을 땐 또다시 펑펑 내렸다. 하필 이런 날, 꽃을 샀을까? 눈 펑펑 내리는 날, 꽃나무를 심기도 처음이다. 볼그레한 살구꽃 봉우리가 눈 속에서 갓 피어난 것처럼 곱기도 하다. 넌 내 화단에 처음 핀 꽃. "아가야, 제발 살아서 다홍치마 붉은 꽃을 환하게 밝혀주려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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