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삐뚤빼뚤 글쓰기

달래, 냉이, 씀바귀

요술공주 셀리 2025. 3. 31. 15:00

"언니, 달래 캐러 갈까요?"
"아니, 달래가 벌써 나왔대요?"
"그럼요. 어제 다래 수액 받으러 갔더니 제법 자랐던데요."
장화를 신고 장갑과 모자를 끼고 쓰고 제대로 무장을 한 채, 우린 10시에 만났다. 넘어야 할 산은 산골짜기의 돌 길. 고난의 행군이다. 길은 가파른 데다 골짜기의 돌들이 한데 뭉쳐있는 곳이니 스틱 없인 오르기도 힘든 코스다. 쉬엄쉬엄 오르니 잔디밭처럼 새파란 달래밭이 코 앞이다. 어디든 앉아도 캘 수 있는 달래밭. 작년보다 씨알도 제법 굵고 무엇보다 달래 뿌리향이 너무 좋았다. 뭐랄까? 쌉쌀하고 향긋한 흙 냄새? 신선한 흙의 냄새가 났다.

"남편이 달래 된장을 먹고 피로가 싹 가셨대잖아요?"
"달래와 부추, 청양고추 썰어 넣고 전을 부쳤더니 대박이었잖아요?"
이웃의 달래사랑을 듣다 보니 아무래도 오늘 저녁엔 내 식탁에도 달래가 올라갈 것 같다. 난 전과 된장찌개보다 달래간장을 더 좋아하는데......




등산도 하고, 달래도 캐고, 무엇보다 봄볕을 등에 한가득 지고 왔으니 난 식탁에 봄을 들이고, 화단에 꽃을 들이면 된다. 입술이 달싹달싹 자꾸만 노래를 한다. "달래, 냉이, 씀바귀 모두 캐오자!" 종다리도 높이 떠 노랠 부른다는 노래를 그 뒤로도 계속 부르며 다녔다.

달래를 캤으니 냉이도 씀바귀도 찾아보자.
동생네 밭과 들판을 뒤져보니 냉이도 씀바귀도 제법 많았다. "세상에 언제 이렇게 또 자랐을까?" 노래 가사처럼 냉이도, 씀바귀도 모두 캐왔다.





달래는 먼저 간장부터 만들고 남은 걸로는 된장찌개를 해야지. 다듬는 시간이 캐기보다 오래고 힘들지만, 저녁에 멸치 육수에 된장을 풀고 풋고추 송송 썰어 넣고 두부 첨벙, 달래 듬뿍 넣어 된장찌개를 할 생각에 힘든 줄 모른다. 씀바귀(민들레)는 살짝 데쳐서 고추장에 무쳐내 놓고, 냉이와 쑥은 쫑쫑 썰어 부침을 해 먹어야겠다.

점심에 호박죽을 먹었더니 시장기가 돈다. 화단 정리를 하고 달래, 냉이, 씀바귀를 다듬고 씻고 데쳐서 식사 준비를 했다. 멸치 육수에 된장 듬뿍 넣어 달래 된장찌개를 끓였다.



좋아하는 달래간장부터 만들었다. 씀바귀는 고추장에, 쑥을 뜯지 못해 냉이는 전 대신 달래간장으로 버무려 무침을 했다. 산과 들에서 직접 캐서 만든 봄을 식탁에 앉히니 저절로 어깨춤이 난다. 시장이 반찬이라 했으니, 우와 맛있겠다.



그런데 배 고픈 걸 못 참는 사람이 너무 급하게 음식을 만들었나 보다. 잔뜩 부푼 기대를 안고 냉이나물을 한 입 먹었는데 앗, 덜 삶아져 질기다. 씹어도 씹어도 제자리다. 게다가 구수한 냄새 진동하던 된장찌개는 아이고 짜다. 된장을 너무 많이 넣었나 보다. 그나마 씀바귀나물은 그런대로 합격. 달콤 쌉쌀한 씀바귀나물만 집중공격. 암튼 밥 한 그릇 뚝딱했지만 입 안에 짠기가 가득~, 옥이가 준 다래수액을 벌컥벌컥 들이마셔야 했다. 음식이 짠 걸 보면, 아무래도 너무 격하게 봄을 맞은 것 같다.
게다가 씀바귀인 줄 알았던 나물은 민들레라고 했다. 난 아직도 씀바귀와 민들레를 구별 못하니, 대체 강원도에 얼마를 더 살아야 알아낼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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