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삐뚤빼뚤 글쓰기

손톱이 짧은 이유

요술공주 셀리 2025. 4. 24. 11:10

난 풀만 보면 직진이다. 성당에 가기 위해 깨끗한 옷을 입고도 풀을 보면 직진이요, 비 오는 날도, 햇볕 뜨거운 날도 맨손으로 풀을 뽑는다. 그런 내가 오늘은 무기를 장착하고 풀을 뽑기로 작정을 했다. 오늘의 전쟁터는 서쪽 잔디밭. 여긴 그네가 있지만, 외진 곳이다. 이웃과 경계에 있으니 혹여 이웃에 방해가 될까 주춤하는 곳. 그러니 발길이 뜸한 사이 풀 반, 잔디 반이 되었다.
그러나 너희를 혼내주려고 눈에 불을 켠 내가 떴으니, "이놈들! 너희는 독 안에 든 쥐렸다."



재래식 병기 호미 대신, 최신 무기인 '스틱'을 들고 전장에 나갔다.



이 무기의 사용법은 간단하고 쉽다. 잡초의 중간쯤 송곳을 조준하고, 스틱 아래 발판을 발로 꾹 누른 후, 좌우로 두어 번 비틀어주면 된다.



그렇게 한 후, 손잡이의 용수철을 툭 눌러주면 풀이 쏙 뽑아진다. 풀 뽑은 자리엔 동그란 구멍이 뻥 뚫리고......



몇 년 전 거금을 주고 구입한 무기 덕분에, 꽃 핀 민들레와 키 큰 잡초를 깨끗이 뽑아 주었다.



그러나 겸손하게 허리를 굽혀 뽑은 풀의 흙을 털어내고, 양동이에 잡초를 담아내는 일까지 하려니, 풀과의 전쟁은 늘 고되고 힘이 든다. 게다가 스틱으로도 미처 뽑히지 않은 풀들은 일일이 손으로 뽑아내야 하니 장갑을 장착했어도 손톱사이엔 늘 새까만 흙투성이다.



그래도 오늘은 절반의 성공. 민들레꽃이 홀씨가 되기 전에 뽑았고, 키가 큰 잡초를 뽑았으니 목표는 달성한 셈이다.



양동이에 뽑아낸 잡초들을 담아 쓰레기 더미에 버렸다. 1차전은 무사히 마무리한 셈. 그런데 왜 또 미처 뽑지 못한 작은 풀들이 눈에 밟히는 것이야. 아이고, 나를 비웃듯 저 배시시 웃고 있는 풀들은 또 뭐고......
난 오늘도 흙으로 채워진 새까만 손톱을 잘라야 하는데, 왜 이 일이 이리도 속이 상하냐고....
풀 뽑고 돌아서면 다시 생겨나는 풀들. 이 것들이 내 손톱을 먹고 자라는 것 같으니 말이다. 그러니, 풀과의 전쟁은 늘 ing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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