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삐뚤빼뚤 글쓰기

외식

요술공주 셀리 2025. 6. 10. 10:13

"밖에서 음식을 사 먹는 것이 외식이라고?" 사전적인 의미라고 다 옳은 것은 아니다. 집 안이 아닌, 밖에서 먹는 걸 난 감히 외식이라고 하고 싶다. 5월이 되면 아침부터 난 외식을 한다. 데크에 앉아 초록을 바라보며 꽃과 함께 아침을 먹는다. 야외 정원에서 아침부터 외식을 하는데, 감히 즐기는 수준이다.

어제저녁도 외식을 했다. "며칠 전 윗집에서 닭백숙을 했으니 오늘은 우리 집에서 삼겹살을 구워 먹자"라고 이웃의 초대를 받았다. 그러니 이웃집에서 제대로 외식을 했다.
6시. 우린 서향의 볕이 쏟아지는 정자에 모였다. 윗집은 비빔국수를 해왔고 난 루꼴라와 쌈겨자를 준비해 갔다. 지글지글 삼겹살이 구워지고 농사 지어 만든 마늘장아찌와 밭에서 바로 뜯어온 로메인 상추, 브로콜리, 양파 등 초록의 식탁엔 김치 장인의 배추김치까지......
상추와 쌈겨자 두 겹의 쌈에 삼겹살 한 점. 그리고 마늘장아찌와 양파를 올리고, 쌈장을 콕 찍어 돌돌 말아 한 입 크게 먹으면, 먹어본 사람은 다 아는 그 맛. 우왕! 언제 먹어도 맛있는 삼겹살이다. 






기름기 좔좔 흐르는 삼겹살 세 점쯤 먹다가 매콤한 비빔국수를 먹어주면, 이 또한 식욕을 부르는 칼칼한 맛이다. 이를 몇 번 반복했더니 기분 좋은 포만감이 몰려온다. 저녁 7시. 아, 오후 7시라고 해야 할 듯. 여전히 해는 서쪽 하늘에서 빛을 발하고, 6월 햇살에 우아한 녹색이 고고함은 5월에 이어 여전히 아름답다. 청년의 녹색은 힘이 느껴진다. 삼겹살 파티에서 주고받는 이웃 간의 언어에도 힘이 실리고, 선선한 저녁 바람을 안주 삼으니, 시간이 흐를수록 우린 두툼한 정과 따순 사랑을 하나씩 둘씩 쌓아가고 있다.

"내일 점심은 우리 칼국수 먹을까요?" 나의 제안에 우린 오늘 읍내 식당에서 또 외식을 했다. 이 얼마 만에 먹는 바지락 칼국수인가? 세숫대야만 한 그릇에 담아 온 그 많은 양의 칼국수를 후루룩 뚝딱 해치웠다.



아침, 점심, 저녁 연달아 외식이라니...... 다양한 음식을 이웃과 함께했기에 더 맛이 있었다. 든든히 채운 에너지를 모아 귀가 후엔 꽃밭과 채소밭에 물을 뿌려줬다. 내친김에 풀도 뽑아주고......
그러나, 저녁은 너무나 조촐한 밥상. 혼자 먹는 식탁엔 달랑 된장찌개 하나와 오이지무침. 화려한 외식 후의 현타! 왕비의 식탁에 걸인의 밥상이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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