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삐뚤빼뚤 글쓰기

반모임

요술공주 셀리 2025. 6. 12. 09:57

일찍 떠오른 해님 덕에 오늘도 일찍 일어났다. 커피 한 잔을 들고 데크에 나가 하늘과 산과 나무를 즐겼다. 그런데, 초록의 나무와 파란 하늘에게 마음을 빼앗겨 멍 때리다가 그만 시간을 놓쳐버렸다. 앗, 오늘 반모임! 그제야 정신을 차려 세수하고, 간신히 아침 미사에 참석했다.



9시 30분 미사를 마치고 우린 마르코방에 모였다. 농번기라서 평소보다 적은 인원 6명이 모여 시작 기도를 하고 작년 '성모의 밤'에 헌송한 '어머니여 꿇어앉아' 성가를 합창했다. 낯이 익은 성가 선율에 작년의 추억이 떠올랐다. 처음 악보를 받고 어르신들과 회관에 모여 엄청 열심히 연습했었는데......



'요한복음'을 읽고 마음에 와닿는 구절을 서로 나누는데, 평소 말씀이 없던 루시아 어르신이 "글쎄, 난 '지식'을 뽑았지 뭐야. 그 칠은인가 뭔가 하는......"
"근데, 정말로 난 지식이 없어. 아무리 성서를 읽어도 하나도 생각이 안 나." 엄숙한 분위기를 한 순간에 깨버린 이 말씀으로 반원들이 빵 터지고 말았다. 어쩐 일로 말씀이 터진 루시아 어르신의 이어지는 말씀. "우린 다 성령을 받아야 해." 하시는 게 아닌가? '성령 강림 대축일'에 '지식'이라는 칠은 카드를 뽑으셨다더니, 오늘 복음 말씀을 제대로 이해하셨나 보다. 우린 어르신의 왕수다에 연신 박장대소를 했지만, 90이 가까운 연세에 매일 기도를 실천하신다는 루시아 어르신의 말씀에 모두 감동을 받았다.



서로의 안부를 묻고, 덕담을 나눈 후, 손에 손을 잡고 환우와 이웃을 위한 기도를 바쳤다. 이웃의 따뜻한 손으로 따뜻한 마음이 전해왔다. 공지사항을 듣고 마무리할 때, 오늘은 루시아 어르신이 점심을 사 주신다고 했다. 앞으로 반모임엔 점심을 함께한다고 했다.

미사를 드리고, 반모임 후에 하는 점심 식사가 맛없을 리 없다. 게다가 가장 연장자이신 어르심이 사 주시는 밥이니 게눈 감추듯 후루룩 맛있게 먹었다. 미사도, 모임도 함께 해서 더 좋았고 더 따뜻한 시간이었다. '고통은 나누면 반이 되고, 기쁨은 나누면 배가 된다'는 진리를 우린 반모임에서 또 경험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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