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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에서 그제 귀국한 동생네가 어제 강원도에 내려왔다. 난 아침부터 바쁘다. 청소하고 쌀을 씻고, 동생이 좋아하는 반찬을 하는 등 정신이 하나도 없다. 그런데도 어깨가 들썩들썩, 발걸음은 사뿐사뿐 몸도 마음도 가볍다.
"언니, 출발"
오후 6시에 문자가 왔으니, 7시 반이면 도착할 게다. 식탁에 저녁을 차리고 있을 때, 동생 차가 도착을 했다. "언니, 우리 왔어." 오랜만에 만나는데도 어제 본 얼굴인 듯 낯이 익고, 격이 없다. 이렇게 마음이 편할 수가 없다. 그때부터 우린 수다 삼매경. 그동안의 중국 생활과 아들, 며느리, 손주들 이야기, 부모님과 형제들 이야기로 시간 가는 줄 모른다.
동생과의 수다로 늦게 잠들었지만, 오늘도 일찍 일어났다. 오후엔 동생과 함께 보내야 하니, 해뜨기 전에 밭고랑의 풀을 뽑았다. 뿌리가 깊어진 억센 풀들이 고랑에 가득이다. 두고랑의 풀을 뽑고 나니 기진맥진. 오늘 목표량을 초과달성했다.
늘 그렇듯이 데크에서 아침을 먹고, 묵주기도를 드리고, 여유 있게 동생과 함께할 점심을 준비했다. 점심은 제부가 좋아하는 푹 익은 열무김치와 단배추김치, 농사지은 양상추와 쌈채소를 넣고 양념 고추장을 곁들인 비빔밥이다. 동생네가 맛있다고 잘 먹어주니 기쁘고 고마웠다.
"웨딩찔레가 참 예쁘네. 초록의 숲 풍경도 빼어나고. 케모마일과 끈끈이대풀이 참 보기 좋아." 그래, 바로 이거다. 꽃 이야기와 자연 이야기를 실컷 나눌 수 있는 사이. 부모님과 형제들 이야기를 충분히 나눌 수 있는 우리. 속에 이야기를 공유할 수 있는 자매이지 않은가. 그걸 날마다 할 수 있으면 얼마나 좋겠냐고......
동생 손녀가 좋아하는 곰국. 내 손주가 먹기 시작한 곰국을 만들기 위해 우린 축협에서 꼬리뼈를 사 왔다. 마트에도 함께 다녀왔다. 동생과 마트에 가는 일도 난 왜 이렇게 신이 나는 건지. 밭두둑을 만들어 서리태콩을 심었다. 그동안 혼자 하던 일을 동생과 함께하니 힘도 덜 들고 시간도 절약되었다. 이런 것들이 내가 꿈꾸는 동생과 함께 살아가는 모습이다.
후루룩 밭일을 마치고, 저녁은 숯불 바비큐를 준비했다. 남편은 숯불을 피우고, 나는 밭에서 쌈 채소를 따오고, 된장찌개까지 준비해서 파티를 열었다. 오랜만에 삼겹살을 먹는다며 동생부부가 참 맛있어했다.
단비가 내렸다. 저녁을 준비할 때부터 후둑후둑 떨어지던 비. 가뭄 끝에 오는 단비다. 함께 살자 하고 동생 옆집에 집을 지은 지 6년. 동생이 귀국하기를 목이 타게 기다렸었다. 중국 회사와 계약만료가 되는 내년까지 이제 얼마 남지 않았다. 기다린 시간보다 기다릴 시간은 얼마 되지 않으니, 이제야 내 마음에도 단비가 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