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삐뚤빼뚤 글쓰기

범인은 엄마다

요술공주 셀리 2022. 10. 13. 15:30

푸 하 하
엄 마 다.

부모님 두 분이 집을 비우시면 엄마 집은 내 차지.
창문을 열어 환기를 시키고, 청소를 한다.
계란과 사과는 얼마나 남았는지, 커피와 설탕도 확인한다. 그런데 엄마 집 데크에 새색시처럼 가지런히 놓여 있는 호박, 너무나 얌전히 담긴 호박 때문에 그만 빵 터졌다.

아침잠 없으신 분이 오늘도 작은 딸 밭과 큰 딸네 밭을 다녀가신 게다.
늘 있는 일. 엄마다!

가지며 고추, 각종 채소와 늙은 호박까지 늘 이렇게 모아 두신다.
"엄마, 뭐 하실 건데요?" 여쭈면
"응. 말려서 내년에 나물해 먹어야지" 하신다.
살림을 놓으신 게 언젠데, 늘 당신이 김치도 담고 나물도 만드신단다.

엊그제는 아직 여물지 않은 당근을 캐서 거실에 들여놓더니,
서리 오면 큰일 난다고 붉은 고추가 되기도 전에 여름 내 공들인 고추를 다 따 놓으셨다.

설마, 아픈 정도가 더 심해지신건 아닌지....걱정이다.

아이고, 오늘은 또 '무'도 솎아 놓으셨으니 이를 어쩐다?


이제 뒷정리는 다 내 몫이다.
그동안 모아 놓은 호박은 어찌할고? 예정에 없던 호박도 썰어 말려야 하고, 사흘 전에 배추김치를 담갔는데 '무청김치'는 또 아떻게 해야 하나?

그런데, 문제는 내가 선무당이란 것.
'호박 말리기'도 '수세미 차'도 처음이니 '이렇게 하는 것이 옳은지' 참 답답하다.
호기롭게 썰어 말린 수세미는 곰팡이가 돋아 반이나 버렸다.
그늘에 말려서 그런가? 통풍 안되게 종이를 깔아서 그런가?
그래서 호박은 구멍 숭숭 뚫린 그릇에 널어 햇볕에 말리기로 한다.
성공할 수 있을까? 잘 되어야 될 텐데......


누군 뭐 처음부터 잘하나? 곁 가지면 어떻고, 일거리면 어떤가.
까짓, 처음 하는 거지만 김장도 제가 할 테니
" 엄마, 지금처럼 제발 건강만 하시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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