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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갑다, 허리야"
자고 일어나니, 한결 부드러워진 허리가 고맙다.
엄마가 궁금해서 뵈러 갔더니 낙엽을 쓸고 계신다.
"괜찮으세요? 아픈 데 없어요?"
"괜찮아. 노인회관 갈거야"
주간보호센터를 노인회관이라 하시는 엄마. 이틀 동안 내내 일하신 걸 또 잊으신건가?
편안한 엄마의 얼굴을 보니 마음이 놓인다 .
가벼운 마음으로 집에 돌아와 다하지 못한 김장 마무리를 하고 여유롭게 TV를 보고 일어서는데 뭐지? 직립 불가, 허리가 60도 인사를 하네. 아이고, 이래서 허리를 브루지아병이라고 하는구나.
온 찜질하며 다시 눕는다. 평소 왠만하면 잘 눕지 않는데 아무생각 없이 푹 퍼져 누워있기도, 해보니 나쁘지 않다.
누우면 언제나 보이는 천장의 야광 스티커가 유난히 마음에 끌린다.
저 우주 속에 먼지 같은 존재. 그 동안은 그나마 의미 있는 일자리가 있어 좀 괜찮은 먼지였다면,
지금 난 무엇일까? 강원도 산골마을에서 구름이나 바라보며 멍 때리는 나는 먼지라고 할 수나 있을까?
햇빛 한 줌과 바람 한 자락, 초록 한 스푼과 구름 한 꼬집을 친구하며 유유자적, 로망을 이루었으니 다 되었다.
그렇게 생각하자.
늙으신 부모님이 아침 저녁으로 얼굴만 삐죽 보여주는 딸이 있다고 좋아라 하시니,
그도 되었다. 그렇게 생각하자.
작은 집에 딸린 게딱지 만한 꽃밭에 꽃이나 심고, 날마다 모습을 바꾸는 나무와 별이나 보며
'느리게 가는, 새로 가는 시계'를 달아놓으니 구름처럼 세월도 흘러가더라.
이런 호사를 누려도 되는 걸까?
이걸, 호사라고 생각해도 되는 걸까?
복주야, 네가 그랬지. 먼지도 자란다고......
이 넓은 우주에서 날마다 조금씩 자라나는 먼지를 부러워해도 되는 거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