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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다 혼자서 김장을 하게 되었다.
"언니, 이걸 준비하고 이건 이렇게 저건 저렇게 해서 잘 마무리해야 해요." 미덥지 못한 내게 윗집 옥이와 중국에 있는 동생이 가르치고 또 가르친다.
그동안 김장 봉사도 해보고 동생네 김장도 보조해봤지만 배추 뽑는 일부터 다듬고 절이고 하는 전 과정을 시도하기는 처음이니 계획을 짜 보자. 김장은 내일인데 머릿속에서 하는 김장은 이미 며칠 전부터 시작했고, 뭐든 빠뜨리면 안 되니 메모는 필수! ㅋ 김장이 뭐라고......
집에 있는 것과 동생네 것까지 9개의 통을 깨끗이 씻다가 허리가 삐끗. 앗, 이러면 안 되는데...... 야외 수돗가는 나름 장점도 있지만 무릎을 구부리고 앉는 자세가 늘 힘이 들고 무리가 된다.
허리는 누워 있기보다 걷는 것이 더 좋다 하니 잠시 누웠다가 30여분 걷고 나서야 밭으로 간다.
이제 배추를 뽑아야하는데, 구멍이 숭숭 뚫린 배추가 아직도 속이 차지 않아 작아도 너무 작다. 물을 자주 주지 않아서 그렇단다. 무 또한 너무 늦게 심어 매끈한 알타리가 되었다. 작은 것은 무청김치를 담고 그나마 조금 굵은 것으로 골라 채를 썰기로 한다. 배추는 40여 포기. 그러나 속이 차지 않아 20여 포기 분량. 에고, 무는 또 몇십 개를 썰어야 속을 만들꼬?
그나마 잘 자란 쪽파가 있어 다행이다. 넉넉한 쪽파는 아버지가 다 다듬어 주셨다.
오후엔 엄마가 배추를 절이신다. 옥이네가 가르쳐준 대로 소금물에 담가 절이고자 했지만, 엄마 뜻에 맡긴다.
이제, 소를 준비해야지. 아픈 허리를 부여잡고 아버지가 다듬어 주신 쪽파와 붉은 갓, 배와 무를
채 썰어 통에 저장하고 북어 끓인 물에 찹쌀풀을 쑤어 담아 두면, 이제 김장 여정의 반은 완성했다고 봐야겠지? 삐끗한 허리 덕분에 부모님과 남편의 도움으로 절반의 김장을 완성하고 내일은 소를 버무려 속을 채우면 완성이다!
올 김장의 가장 큰 공로자는 90이 넘은 부모님이다.
마음만 앞선 딸래미 때문에 부모님이 고생하셨다.
제일 힘들고 시간이 많이 걸리는 '배추 절이기'는 엄마가, 무거운 짐을 나른 '짐 담당'은 남편이, 사부작사부작 '파 다듬고 잔 일을 맡아주신' 아버지, 고생한 가족에게 굴전과 수육을 만들어 드려야겠다.
이래서 여전히 김장은 '가족의 축제'인가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