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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사나 중요한 일 따위를 앞두고 목욕을 하여 몸을 깨끗이 하고 부정을 피하며 마음을 가다듬는 '목욕재계(沐浴齋戒)'라는 말이 있다.
뜨개질은 제사처럼 그리 중요한 일은 아니다.
뭘 그깐 일을 하는데 그렇게까지 하냐고 하겠지만, 뜨개질을 하거나 그림 등 손으로 하는 작업을 시작하기 전엔 늘 마음을 가다듬는다.
목욕을 하지 않더라도 일단 깨끗이 청소를 하고 말끔하게 집안을 정리한 다음에 그림을 그리거나 뜨개질을 시작한다. '손으로 하는 작업'을 할 때면 쓸데없는? 전초전을 하게 되어 때로는 공부 시작하기 전에 책상 치우다 힘 다 빼는 못난 학생이 되기도 하지만, 언제부터인가 습관이 되어버렸다.
이왕이면 마음에 드는 작품을 완성하고 싶은 간절함 때문이기도 하다.
며느리 가디건을 만들고 남은 실이 딱 스웨터 1벌 양이니, 다시 뜨개질을 시작한다.
가능하면 조용한 분위기에서 무겁지 않은 음악을 들으며 작업을 이어간다.
뜨개질하는 동안은 '생각하는 시간' 이기도 해서 눈은 실과 바늘에 가 있지만, 생각이 작동하는 시간이기도 하다. 큰 아들이 사람과 술을 좋아해 가끔 늦은 귀가를 해서 가족이 걱정을 하는데 어떻게 하면 자제하도록 할 수 있을까? 부모님이 건강하게 걸을 수 있으니 참 감사한 일이다. 떨어진 낙엽이 수북한 앞마당은 쓸어야 좋을까? 아니면 바스락바스락 낙엽 밟는 소리가 좋으니 그냥 두어야 할까 등 소소한 일상부터 우리나라는 선진국이라면서 정치는 왜 여전히 유치한 후진국 수준을 넘지 못하지? 생때같은 자녀를 잃은 이태원 참사 유가족은 얼마나 마음이 아플까? 다음 달 기도 제목은 무엇으로 정할까? 지금 내 마음이 무엇으로 인해 평화롭지 못한가? 해결 방안은 있는가? 등 등, 생각은 꼬리에 꼬리를 물다가 때때로 지혜로운 머리에 다다르기도 여러 번이다. 힐링도 할 수 있고 생각도 할 수 있으니 몇십 년째 '핸드 메이드' 작업을 끊을 수가 없다.
언제부턴가 스웨터와 조끼의 크기를 넉넉하게 짜게 되었다. 꼭 끼는 옷이 나이가 들면서 불편해진 이유다. 그러다 보니 완성한 것들이 꼭 얻어 입은 듯 헐렁하게 느껴져서 나보다 체격이 좀 더 큰 행정실장에게, 정 교감님에게 선물을 하게 된 적이 있다.
"요즘 누가 올드하게 손뜨개를 입냐"며 제발 그만 뜨라고 하는 남편과 달리 에트로 한 따뜻함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선물 받은 사람들이 무엇보다 좋아해 주니, 남편의 핀잔은 들은 체를 안 한 지 오래다.
게다가 '선물은 진심이 담긴 것이 좋더라'라는 경험과 신념 때문에 봄과 여름에는 '염색 손수건과 옷'을, 가을과 겨울에는 주로 손뜨개 목도리나 조끼를 선물하게 되었는데, 시간과 공이 여간 힘든 일이 아님에도 멈출 수 없는 것은 '마음' 때문이다.
"나는 당신이 참 좋아요."
"나는 당신과 친하게 지내고 싶고 더 많이 알고 싶어요."
"당신과 같이 좋은 사람과 함께하니 참 고맙습니다. "
"힘든 일 잘 이겨내시고, 평안하길 바래요."
"승진과 영전을 축하합니다. "
"좋은 일, 축하합니다. "
"안녕히 가세요."
선물을 할 수 있는 이유는 case by case. 명분만 있다면 많을수록 좋다.
해바라기 그림을 그려야 하는데......
신규 오픈한 지인 회사의 발전을 기원하기 위해 11월 말까지 해바라기 그림을 그려야 하는데 도무지 발상이 떠오르지 않아 시간을 끌고 있다.
지인의 발전을 진심으로 바라는 '마음'을 더 모으고,
밝고 힘이 넘치는 해바라기 에너지를 '모아 모아서' 이제 시작을 해보자.
마음을 다 잡아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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