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삐뚤빼뚤 글쓰기

낭만과 현실

요술공주 셀리 2022. 12. 18. 13:37

제주도와 충청 서해안 지방에 대설주의보가 내렸다는 뉴스 보도가 있었다.

강원도는 엊그제 내린 눈으로 산과 들이 새하얗다.
겨울엔 역시 눈이다.
여전히 아름답다.

이곳의 첫눈은 가볍게 내린 눈으로 땅을 살짝 덮을 정도였다.
"에이, 조금 더 내려주지" 설렘 대신 아쉬움이 있었다.
두 번째 눈은 사라락 조용히 내렸지만 아름다운 하얀 세상을 잠깐 보여주고는 금세 가버렸다. 잠깐이었기에 더 아름다운 설경을 사진에 담아 두고, 티스토리에 올리기도 했었다.

엊그제, 새벽녁에 내린 눈은 뽀드득뽀드득 걸을 때마다 경쾌한 발자국 소리를 들려주었다. 무거운 잿빛 구름으로 온종일 우울했던 기분을 한 큐에 날아가게 했던 눈이다.
창 밖으로 내리는 눈을 커피 한 잔과 바라보는 여유는 시골살이의 로망이며 낭만 그 자체다.
오전 내내 여유롭게 낭만을 즐겼다.

그런데 하루 종일 내린 눈으로 부모님을 모셔다 주는 센터의 차량이 진입로에서 미끄러지고, 발목까지 푹 푹 빠지는 눈을 치워야 하는 고생스러움으로 변하자 "이제, 그만" 하는 바람이 되었다.
아니, 남편의 귀가 길이 걱정되어 쌓이는 눈을 치우고, 또 치우곤 했었다.

눈이 쌓이니 여러가지가 여간 불편하지 않다.
100 여m나 되는 길의 눈을 치우느라 고생을 하고, 평소엔 우리 집으로 식사하러 오시던 부모님께 매 끼, 쟁반에 담아 식사를 나르기도 여간 번거로운 일이 아니다. 눈 때문에 데이케어센터가 휴원을 하다 보니 심심해진 부모님과 놀아드리기도 힘들고......

오늘은 체감온도 -17℃라고 한다.
거실 안 창문으로 보는 하얀 설경은 good, 거실 밖은 미끄러운 눈길로 no good!
눈이 빨리 녹아야 부모님도 우리도 도로로부터 자유로울텐데 설렘과 아름다움이었던 눈이 어떻게, 이렇게 되어버렸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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