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삐뚤빼뚤 글쓰기

건강 검진

요술공주 셀리 2022. 12. 19. 13:49

2년마다 실시하는 정기검진 날이다. 2년 전에도 그랬었나? 잠이 오는 것 같아 11시 30분쯤 잠자리에 들었는데 갑자기 머릿속에 비수면 내시경 하는 모습이 떠오른다. 입속에 호스를 끼워서 식도와 위까지 보내는 과정을 그동안 잘 참고 진행했는데 왜 이리 잠은 안 오고 불안한지......

새벽 1시가 되도록 온통 검진하는 모습과 상상만으로 다시 2시를 넘긴다. 거실로 나와 TV를 켜보지만 다이나믹한 축구 결승 중계도, 도무지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다시 침대에 누워 양의 숫자를 세어 가는데 양 100마리가 넘어도 또렷또렷. 어찌해야 잠이 오려는가? 병원에 9시까지 도착하려면 3~4시간이라도 눈을 붙여야 하는데...... 이 얼마만인가? 스트레스로 인한 불면의 밤이, 이럴 땐 혈압도 올라가던데, 총체적 난국이다.

물고기를 잡았는데 왜 그 고기가 팔에 달라붙어 떨어지지 않는지 꿈속에서 조차 불안과 걱정의 연속이다. 비몽사몽 잠을 잤는지 밤을 새웠는지 도무지 감을 잡지 못하고 병원으로 출발한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남편의 동행. 운전도 오늘은 남편이 해주니 그나마 위안이 된다.

검진센터는 연말 이어서 대만원이다. 문진표 작성, 간단한 체중, 시력, 청력검사를 하는데도 1시간 여가 소요된다. 그래도 이곳은 읍내의 종합병원인데도 진행이 원활하지 못하다. 이젠 채혈시간, 남들은 이 과정이 무섭고 싫다고 하지만 '비수면 내시경'을 해 오는 내게 주삿바늘은 껌이다.

드디어 위 내시경 차례. 2년 전 이물질이 몸 안에 들어오는 순간의 불쾌함과 고통의 경험이 확 몰려온다. 두렵고 싫다. "ㅇㅇㅇ님" 호명을 해서 내과로 들어가니 수면내시경에 대해 안내한다. "추가비용은 있어도 불편하지 않으실 겁니다. 그동안 비수면으로 하셨다면, 그도 괜찮구요." 간호사의 친절한 안내에 내내 갈등이다. 수면으로 할까? 비수면으로 할까? 긴 고민 끝에 결정했다. "수면이요" 수면 또한 처음이니 이 건 또 어떤 어려움이 있을까?

링거 수액을 꽂기 시작하면서 왜 이리 추운지 온몸이 덜덜덜 떨린다. 춥고 떨림이 투약 때문인지, 두려움 때문인지 아니면 정말로 추운 것인지 간호사에게 이불을 덮어달라 하고도 한참을 덜덜 떨었다.

"ㅇㅇㅇ님, 어지러우세요?" 묻는 말에 눈을 떠보니 회복실이다. 아니, 내시경은 언제 한 거지? 도무지 기억에 없다. 아, 이것이 수면내시경의 마술이었구나. 비수면은 카메라 삽입과 동시에 의사의 설명을 들을 수 있으니 더 자세한 내용을 들을 수 있는 반면, 수면내시경은 마취에서 깨어난 후, 촬영한 내용을 따로 듣는 차이가 있다. "위가 좀 늙었을 뿐, 별 다른 이상이 없다"의 소견으로 건강검진을 마무리한다. 쳇, 얼굴도 늙어 서러운데 어떻게 위까지 늙었다는 거지? 그나저나 위를 젊게 할 수 있는 방법은 있는겨?

'삐뚤빼뚤 글쓰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기후 위기 시대의 유일한 길, 생태적 회개를 위해(양기석)  (0) 2022.12.20
강원도 장 칼국수  (0) 2022.12.19
북금곰 이야기  (0) 2022.12.18
낭만과 현실  (0) 2022.12.18
식량 위기  (0) 2022.12.17
공지사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