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구정이 빨리 오기를 고대했었다.
가장 큰 이유는 가족을 만날 수 있어서이고, 2월이 오면 차츰 추위가 누그러질 거란 기대를 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어제보다 더 강한 동장군이 찾아왔다. 해만 좀 길어졌을 뿐, 이상한파로 동생네는 온수가 나오지 않아 애를 먹고 있다. 에이, 나쁜 추위 같으니라고......
바쁘고 활기 있던 명절이 지나고 옆집 가족은 돌아왔지만, 오늘 막내가 귀경한 여긴, 다시 고---요하다. 사람들이 북적일 때엔 한적함이 그립고 이렇게 고요해지면 다시 사람이 그리워지니 이 변덕스러움을 어찌해야 할고? 며칠 전 아주 오랜만에 친구에게 전화가 왔다. 미국에서 온 딸 가족이 떠나서 시원 섭섭하다고 했다. 1달 전엔 딸이 오기를 손꼽아 기다린다고, 왜 이리 시간이 안 가냐고 투덜대던 친구였는데...... 암튼 사람의 마음이 그때 그때 다르니 늘 그렇더라.
날씨는 춥지만, 그래도 해는 쪼금 더 길어진 것 같다. 동장군만 아니었어도 봄이 더 가까워짐을 느낄 수 있었을 텐데......
요즘 애기들은 성장이 빨라서, 생후 3개월이면 이유식을 시작한단다. 손주가 3월에 태어나면 6~7월엔 이유식을 할 수 있다는 예기다. 꽃과 나무, 텃밭 계획을 하는 메모장 '새롬이'를 꺼내어 메모를 한다. 이유식에 좋다는 시금치, 당근, 호박에 이어 근대, 아욱 등을 추가로 메모해 둔다. 며느리가 설거지에 사용한다는 '수세미'도 내년엔 꼭 심어야 하니 메모해 두고, 영하 30도에도 견디는 노지월동 꽃나무에 '붓들레아'도 추가한다. 다이소에서 미리 구입한 페튜니아, 에델바이스, 백일홍, 샐비어, 분꽃, 수레국화도 챙기고 이웃에게 얻어 온 분꽃과 목화씨도 빠뜨릴까 '씨앗 상자'에 모아놓는다.

작년에 뿌리다 남긴 씨앗과 틈틈이 모아 놓은 씨앗을 모아 놓고 보니 이렇게 많을 줄 몰랐다. 뭐야, 이렇게 씨앗 부자였단 말이야?

난 벌써 봄이다!
씨앗을 분류하고 정리하다 보니 동장군도 간 데 없고, 골짜기의 눈도 다 녹았다. 씨앗을 꼼꼼히 챙기다 보니 씨앗보다 굵은 행복이 또르르 찾아왔다. 아, 문교수님이 말한 게 이거였구나. '행복도 연습이 필요하다'라고 그러더니 행복이 이렇게 가까이 있었네.
처음부터 길이 있었던 게 아닌 것처럼 자꾸 다니다 보니 길이 생겨난 것처럼, 행복도 찾으니 생겨나더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