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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 일일까?
구정이 지나면 강추위는 한풀 꺾이기 마련인데 기상이변이라도 일어난 걸까? 추위와 눈으로 생활이 많이 불편하다. 길은 칼날 같은 빙판이요, 야외 수도는 동파방지를 위해 끊은 지 오래다. 야외수도는 고사하고 며칠 전부터 온수가 나오지 않아 부모님이 고생하고 있는 것을 그제야 알았다.
보일러가 고장인 줄 알고 심야 보일러 서비스센터에 연락을 하니 아무래도 온수를 공급하는 관이 언 것 같다고 한다. '해빙업자'를 불러야 한단다. 해빙업자? 처음 듣는 단어다. 어디에 어떻게 알아봐야 해빙업자를 찾을 수 있을까를 고민하다가 '부녀회장님'을 떠올렸다. 회장님과 통화하고, 다시 해빙업자와 전화가 되어 겨우겨우 연이 닿았다. 다행히 오전에 해빙업자라는 사람이 와서 보일러실을 살펴본다. 요리조리 여기저기를 꼼꼼히 체크하고는 "창문이 열려있네요" 억센 강바람이 열린 창문으로 들어와 온수관이 얼어버렸단다. 아, 보일러실에 창문이 있다는 것을 오늘 처음 알았다. 동생네 집이니 보일러실까지 챙길 수는 없으나, 왜 죄지은 것처럼 미안한 마음이 드는 걸까? 동생이 중국에 가고 나서 좀 더 집안을 살펴보았어야 했다.

전문가의 손길은 역시 달랐다. 기계와 연결한 가느다란 호스로 파이프를 녹여주니 부엌의 온수가 콸콸 쏟아진다. 원인을 빨리 찾고 적절한 조치를 해 준 철물점 사장님(해빙업자)이 고맙다. 게다가 기계의 압을 제거한다고 치지지직 새하얀 연기를 날려버릴 때는 멋져 보이기까지 했다.

아파트에서는 보기 드문 일이다. 동장군이 찾아오면 추울 땐 불을 피우고, 보일러를 가동하면 되었는데 물이 나오지 않는 불편함은 단독주택이어서? 아님 강원도라서 그런 것일까? 암튼 온수 때문에 하루의 반이 지나갔다.
늦은 점심을 먹고 한숨 돌리려는데 반장님이 찾아왔다. 반가운 손님이다. 엊그제 달인 따끈한 생강차로 우린 대동단결. 성당에 관한 이야기, 이웃에 대한 이야기로 꽃을 피운다. 얼었던 관이 녹아 온수가 다시 쏟아지듯 우리 역시 따뜻한 소통의 시간을 보낸다. 수다삼매경으로 후딱 지나간 오후 역시 아깝지 않다.
해바라기(봄) 그림을 마무리하다 보니 부모님 귀가 시간이다. 센터에 다녀오신 엄마의 밝은 모습을 확인하고 다시 집으로 돌아오는 발걸음이 가볍다. 오늘은 오전도 오후도 모두 계획에 없던 일이었지만, 의미가 있는 시간이 채워졌음에 감사한다. 유후, 이제부터 온전한 내 시간이다. 저 불타는 난로와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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