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삐뚤빼뚤 글쓰기

대보름에 생긴 일

요술공주 셀리 2023. 2. 5. 10:04

- 이러면 안 되는데(2월 4일)

엄마의 치과 검진일이다. 아버지까지 대동하고 치과에 다녀왔다.
두 분이 함께 하는 외출이니 점심은 뜨끈한 추어탕으로 외식을 했다. 1주일 전, 조카네가 왔을 때 메뉴도 추어탕이었는데도 두 분 다 맛있게 한 뚝배기를 다 하셨다.
빠진 어금니를 임플란트로 채운 엄마가 더 맛있게 드셨다.

오후 5시, 저녁을 해서 엄마에게 배달을 하면서 발견한 것은 갖가지 나물을 물에 불려 놓은 그릇이었다. 가지나물과 호박, 시래기 그리고 취나물과 이름 모를 나물 봉지가 식탁에 한가득. 아, 그러고 보니 내일이 보름이네.

어, 이건 아닌데? 이러면 안 되는데?
난 아직 한 번도 보름나물을 만들어 본 적이 없는데 저 많은 나물을 어떻게 하지? 난감하다. 나물은 인터넷 레시피로 적당히 만든다 쳐도 먹을 사람이 없는데 이를 또 어찌해야 할고?
부모님은 센터에서 저녁까지 해결하고, 하필 다음 주엔 남편도 출장이어서 나 혼자 저걸 해결해야 한다. 딸의 걱정을 들으신 엄마의 말씀. "걱정 마라. 내가 다 만들고, 아버지랑 내가 다 먹으마" 하신다. 제발 그렇게 하시면 좋겠다. 그런데, 내일은 엄마가 만든 나물을 정말로 먹을 수 있으려나???



- 그럼 그렇지(2월 5일)

교회에 다녀오신 부모님.
외출하고 오셨으나 왜 그런지 엄마의 표정이 밝지 않다.
그릇에 담가 놓은 나물은 어제 상태 그대로다. 그럼 그렇지, 엄마가 요리를 하실 리 없다. 까맣게 잊으신 게다. "엄마, 저 나물은 언제 하실 거예요?" "내가 저걸 왜 해? 하기 싫어" 하신다. 그럼 그렇지, 하실 리 없다.
무청도 솎아 놓는 일까지, 떡살도 씻어서 담가 놓는 것까지다. 김치를 담고 흰 떡을 하는 마무리는 늘 내 차지였었다.

이 많은 나물을 어떡하지? 고민하다 옥이에게 전화를 했더니, 양이 많으면 냉동실에 보관하면 된다고 한다. 작은 비닐봉지에 넣어 소분하는데 엄마가 참견하신다. "비닐봉지 아깝게 왜 작은 봉투에 그리 많이 담느냐", " 큰 봉투에 담아라"하시기에 혼잣말로 내가 참 엄마 때문에 힘들어. 소분해야 꺼내 먹기 편하지. 엄만 알지도 못하면서, 제발 안 그랬으면 좋겠어. 어쩌고 저쩌고 기타 등 등... 했더니 어떻게 알아 들었는지 화를 내신다. "내가 다 먹을 거야! 너 뭐라고 한 번만 더 하면 화낸다!"라고 큰소리로 화를 내신다. 앗, 왜 저리 화가 나셨을까?
엄마는 교회에서 사람들과 오래 있고 싶었는데, 아버지가 피곤하다고 집에 가자 해서 일찍 오셨다고...... 그 일로 이미 화가 나신 엄마에게 딸이 나물로 불을 붙인 것.
정월 대보름 나물 때문에 엄마랑 딸이랑 옥신각신, 쓸데없이 마음만 상했다.

엄마 때문에 흰 떡을 세 번이나 했을 때는 화도 나고 속이 상했었다.
그런데 오늘은 속상함보다 걱정이 더 많아진다.
엄마의 아픈 거가 자꾸 더 진행되는 것 같아 걱정인 것이다. 더 나빠지지 말아야 할 텐데......
제발, 엄마 여기까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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