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삐뚤빼뚤 글쓰기

소곤소곤

요술공주 셀리 2023. 2. 13. 15:22

금세 비라도 뿌릴 것처럼 아침부터 하늘은 구름이 한가득이다.
이런 날은 마음에도 묵직한 구름이 차지하고 있을 법한데 오늘은 아니다. 소소함이 평화를 주는 날.
며칠 만에 늘 다니던 코스로 산책을 한다. 구름은 낮은 포복으로 땅을 덮었지만, 하얀 눈은 이제 빛을 잃은 지 오래다. 며칠 전에 내린 눈은 눈꽃을 피웠지만 한 시간 만에 녹아버리고 그동안 쌓였던 눈도 덩달아 녹아 없어졌다. 집집마다 농사를 지을 거름을 사서 쌓아놓더니 밭에 나와 서성이는 사람들이 눈에 띄게 많아졌다.



박교장님의 블로그엔 ' 복수초' 이야기로 꽃을 피우고, 제주도에 꽃이 피었다는 소식도 들려온다. 입춘이 지났을 뿐인데 버드나무에 물이 오르는 걸 분명 감지하고 놀란 것이 주문진을 갔을 때였다. 그러고 보니 눈 녹은 촉촉한 대지로 파릇파릇 보리싹이 온 밭을 덮고 있다. 역시 강함으로는 일등인 잡초도 제일 먼저 기지개를 켜고, 설마설마하던 라일락도 소곤소곤 새 눈을 내밀었다.
봄인가? 믿어지지 않는다.


폭설과 한파에는 꼼짝도 하지 않던 참새도 떼를 지어 마실을 나왔다. 전깃줄에 앉아 소곤소곤, 무슨 말이 그리도 많은지 사진을 찍어도 날아가지 않고 수다삼매경이다.



4년 전 모종을 사다 심은 애기 '웨딩찔레'가 학생 만큼 자랐다. 무성하게 자라 꽃을 피우니, 자랑할만하게 되어 건넛집에 시집을 보내기로 했는데 오늘 택일을 해 주셨다. 3월 초에 나무를 데리러 온다 해서 깜짝 놀랐다. "온난화로 나무 심는 시기가 빨라졌어요" 그러고 보니 건넛집은 작년에도 3월 초에 나무시장을 다녀와 측백나무를 심었으니, 그 말이 맞는 것 같다. 나무는 늘 식목일인 4월 5일에 심는 줄 알았다. 그런데 3월 초에 심을 수 있다니, 4월만 목 빼고 기다리고 있었는데 이게 왠 횡재란 말인가? 우수, 경칩이 지나면 개구리가 돌아온다 했던가? 그 우수가 돌아오는 일요일 19일이다. 그리고 한 주 더 지나면 동생이 귀국하고......, 보름만 지나면 3월. 이제 신날 일이 지천일게다. 사과나무도 심어야 하고, 엄나무랑 목수국도 사 와야 한다. 생각이 여기까지 미치자 농원 개장일이 궁금해져 내친김에 농원에 전화를 걸었다. 목수국도 사과나무도 바이오체리도 다 있으니 3월 초에 농원으로 직접 오라고 주소를 찍어 보내주셨다.

마음이 바빠진다. 원주의 농원에 없는 매화나무는 인터넷으로 주문해야하니, 할 일이 또 생겼다. 과천이나 옥천의 사이트에 들어가 봐야겠다. 오전엔 소소한 일상처럼 보냈으나, 오후엔 마음도 손도 바빠지는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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