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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도의 잘 생긴 산세는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다.
웅장하고 거대한 자태의 산이 겹겹이 둘러친 고속도로를 따라 정선에 도착했다.
정선읍 회동리 북평면 숙암리에 위치한 '가리왕산'이 오늘의 목적지.
우리나라의 명산으로 널리 알려진 가리왕산은 고대국가 맥국의 갈왕(가리왕)이 피신하여 머물렀다 하여 붙여졌다는 설도 있고, 산의 모습이 큰 가리(벼나 나무를 쌓은 더미) 같다 하여 붙여졌다고도 한다.
1100m의 상원사를 걸어 등산할 때 매우 힘들었던 기억이 있어, 1561m의 가리왕산은 케이블카를 타고 올라가기로 했다. 덜커덩, 흔들흔들 가파른 길을 올라가는데 덜컥 겁이 났다. 며칠 전, 바로 이 케이블카가 사고로 20여분 정차했다는 뉴스를 보았기 때문. 다행스럽게도 오늘은 바람이 없다. 뉴스 때문인지 관광하는 사람도 별로 없이 한적하다. 정상까지는 케이블카로 약 20여분 소요되는데 발아래는 여전히 하얀 눈이 쌓여 있다. 좀 더 일찍 와서 아름답고 장관인 설경을 보았다면 좋았을 텐데...... 그러나 그 아쉬움은 정상에 도착해서 싹 사라져 버렸다.
우와, 세상에, 어쩌면 이렇게,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겹겹으로 둘러 쳐진 산은 동, 서, 남, 북, 어디에서 바라보아도 깊고 잘생긴 검푸른 산이요, 주름 진 도포자락을 휘날리는 근경의 산과 높고 낮은 울퉁불퉁한 원경의 산들이 서로 불쑥불쑥 튀어나와 경연을 하듯 장엄하고 독특한 자태를 뽐내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한 쪽에선 노추산, 상원산, 백석봉, 황병산, 두타산, 오대산, 계방산, 갈미봉을 품었고 다른 한편엔 방륜산, 고양산, 함백산, 비봉산, 백운산, 두위봉을 품었으니 파란 하늘이 맞닿은 '산맥의 바다'는 발목을 붙잡고 놓아주지 않는다. 나목 때문에 몸매가 고스란히 드러난 산맥은 더러는 긍정적인 둥근 등을 보여주고 더러는 칼날 같은 고고함으로 서 있으니 보는 산마다 "나 여기 있소", "내가 최고요" 손 짓을 한다. 아름다움에 어질어질, 잘 생긴 산맥에 두근두근, 포근한 날씨까지 합세하니 식은땀이 송글송글 신비함의 하모니다.
올라갈 때는 무서웠는데 내려 오는 길은 여유가 있다. 다낭의 '바나 힐'도 갔다 왔으니 이 정도쯤이야...... 눈 쌓인 곳에 동물의 발자국도 보이고 '겨우살이'도 자주 보이는 걸로 보아 깊은 산골임을 또다시 실감한다.
정선군과 평창군에 걸쳐 위치한 산. 경관이 수려하고 활엽수 극상림이 분포한 산. 산나물과 약초가 풍부한 산. 선정동강에 흘러드는 오대천과 조양강의 발원지. 석회암 절리동굴인 얼음동굴로 유명한 산. 이름 또한 독특해서 오래 기억할 수 있는 '가리왕산'을 케이블카로 쓱 올라갔다 왔다고 '안다'라고 말할 수는 없다. 그러하니 초록을 입은 봄과 단풍으로 갈아입은 가을도 보러 와야겠다.
참, 갈 데도 많고 다시 와야할 곳도 많은 강원도다. 영월에도 다시 가봐야 하고, 정선에도 또 와 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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