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삐뚤빼뚤 글쓰기

아라리 식당 곤드레 솥밥

요술공주 셀리 2023. 2. 21. 21:13

낯선 지방에서 맛집을 찾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이왕이면 맛있는 집을 찾기 위해 주로 인터넷을 활용하는데 그 정보가 정확하지 않아 낭패를 보기 일쑤다. 정선에서 감자옹심이집을 찾을 때에도 처음 찾은 집은 문을 닫았었고, 주문진 생선구이집도 가는 날이 장날이어서 인터넷에서 찾은 맛집 역시, 문을 닫은 상태였다. 그래서 오늘은 전화로 확인을 하고 예약까지 하고서야 찾아갔다.


'아라리 식당'은 가리왕산과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위치해 있다. '정선 아리랑'으로 유명한 고장 답게 상호를 아라리라고 한 센스가 돋보인다. '정선 아리랑'을 '아라리'라고도 부른 다는 것을 덕분에 알게 되었다.

우리가 도착했을 때는 식사 시간대를 훌쩍 넘긴 오후 2시쯤. 한가한 시간이라서 식당엔 부부로 보이는 한 팀만 앉아 있었다. 우린 '곤드레 나물 솥밥'을 주문했는데 솥밥과 된장국, 푸짐한 밑반찬과 가자미구이까지 테이블 가득 한 상을 차려왔다. 영월의 '장릉 보리밥집'이 순수한 시골 할머니 손맛이었다면 아라리 식당은 정갈하고 세련된 맛이 느껴졌다. 새콤하고 시원한 파래무침과 상큼하고 아삭한 생채, 고소하고 쫀득한 가자미구이가 특히 손이 많이 가는 반찬. 이름 모를 나물 장아찌와 시래기나물도 입에 착착 붙는다. 고슬고슬하게 잘 지어진 곤드레 나물 솥밥에 양념간장 두 숟가락을 넣고 잘 섞어 한 술 뜨는데 금방 지은 따끈한 밥이 엄마가 해 준 밥처럼 달다. 적당히 퍼진 곤드레나물 또한 간장이 배어 고소하고 향긋하다. 아유, 맛있어! 곤드레밥 한술, 가자미 구이 한 젓가락. 눌은밥 한술, 생채 한 젓가락. 시장하기도 했지만 잘 찾아온 맛집에서 먹는 흐뭇함이 폭풍 흡입을 부른다.



'맛있는 건 천천히 음미하며 여유롭게 먹어야지' 하고 있을 때, 연세 지긋한 사장님이 말을 걸어온다. "어디서 오셨나요?" 서울 출신이라 했더니, 사장님은 인천에서 왔으며 식당을 운영한 지 1년이 되었다는데 오픈했을 땐 주로 동네사람들이 찾아왔는데 지금은 손님이 많이 늘었다며, 벌나무차를 내 오셨다. 건강에 좋다는 '벌나무차'는 구수하고 담백한 맛이었는데, 잘 마시는 모습을 보고 이 번엔 '가래나무 수액'을 갖다 주신다. 물처럼 무색이나 시원하고 단맛이 난다. 폐에 좋고 항암작용을 한다고 한다. 몸에 좋다고 하니 배 부른 상태에서 또 무리를 한다. 빵빵한 점심식사에, 특별한 사장님 찬스까지 두 잔을 덤으로 더 채우고 햇살 가득한 나른한 오후, 봄날을 즐긴다.


유유자적 식당문을 나서는데 "크르르릉~~, 인상 고약한 시커먼 개(불도그)가 우리를 노려본다. 배 부른 여유가 무서움도 삼켜버렸으니 겁도 없이 바짝 다가가 사진을 찍었다. 그런데 그때, "빠방~~", 빨리 차에 타라는 위급한 소리가 들린다. 개가 화가 나 있었는데 언제 공격할지 모르는 상황이었단다. 에구머니나, 자나 깨나 불조심, 자나 깨나 개조심을 잊을 뻔했네. 봄과 여름엔 제철 나물을 반찬으로 올린다고 하니 크르릉 블독아, 그 땐 우리 아는 체를 해 주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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