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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 맞이 하러 나갔다가 냄비를 태운 지 열흘째다.
일단 물로 불려서, 눌어 붙은 음식 찌꺼기를 분리했는데 시꺼멓게 딱 달라붙은 찌꺼기가 여전히 떨어지지 않는다. 끓여서 일부 떼어내고, 식초를 넣고 끓여서 또 일부 떼어내 보았지만, 본드처럼 붙어버린 잔해 때문에 골치다. 마음 같아선 쇠수세미로 박박 닦아내고 싶지만 코팅이 벗겨질까 개수대에 물을 부어 놓고 열흘 째 방치하고 있었다. 그런데 블로그를 본 이웃이 '과탄산수소'를 갖다 주면서 해결해 보라고 한다.

모든 걸 해결해준다는 '네이버'에게 '탄 냄비 해결법'을 물어보니, 올라온 후기도 꽤 여러 가지.
등장하는 재료도 가지가지다. 식초, 설탕, 콜라, 레몬즙, 사과껍질, 베이킹소다, 심지어 판매용 제품을 소개하는 등 다양했다. 그런데 이웃이 갖다 준 '과탄산소다'도 소개되어 있었다. 과탄산소다가 가장 강력했고 가장 확실하다고 했으니, 이제 실전이다.

적당량의 물을 붓고 과탄산소다 2~3 스푼을 넣고 끓여준다. 인터넷에선 끓여주면 된다 했는데, 끓은 후
주걱으로 긁어보니 여전히 울퉁불퉁. 앗, 실패인가?

그래서 다시 한 번 더 끓여 준다. 탁한 색 위로 검고 작은 덩어리가 올라오는데, 그래도 아직은 이른 듯......

끓인 후, 10여분 방치해 놓았더니 검은색 액체로 변했다. 주걱으로 긁어보았더니 여전히 울퉁불퉁하다. 불안하다. 잘못되었나? 네이버에 올라온 글에서는 이 정도에서 매끄러워졌다고 했는데???

검은 액체를 따라 내고 숟가락으로 살살 긁어보니 붙어 있는 찌꺼기가 잘 벗겨진다. 쇠수세미로 살살 닦아주니 오, 예! 성공이다. 이제야 말끔하게 찌꺼기가 벗겨져 나갔다.
과학의 힘이다.
휴, 냄비도 구하고 내 자존심도 건져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