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삐뚤빼뚤 글쓰기

일기(5.5)

요술공주 셀리 2023. 5. 6. 10:05

일찍 일어난 남편이 심심한가 보다. 그도 그럴 것이, 비가 내리니 야외 일을 할 수가 없기 때문이다. 이럴 때, 붙박이장을 만들거나 창고 정리를 하면 좋은데, 아기 새 세 마리 때문에 창고를 갈 수 없다고 혼잣말을 한다.
이때다, 남편에게 부탁할 수 있는 절호의 찬스!!
"오늘 같이 습도 높은 날, 유리창 청소가 최고지." 했더니 걸레와 밀대, 신문지 등을 챙겨 와 금방 유리창을 점령했다.
꼼꼼한 남편은 역시 다르다. 유리창에 물을 뿌리더니 물걸레질, 마른걸레질, 신문지로 마무리를 하고 창문뿐 아니라, 문턱의 먼지와 이물질까지 빼내고 있다. 문틀의 먼지까지 싹 닦아내니, 유리창도 문틀도, 심지어 레일까지 반짝반짝 윤이 난다. 얼마나 깨끗한지 유리창이 있는지 없는지, 머리를 부딪칠 정도다. 청소기로 집안 청소까지 마무리를 하고 나니 환골탈태, 칙칙하던 집이 완전 새집이 되었다.
 

 
남편이 움직이는데 가만히 있기 미안해서 나도 2층 청소를 한다. 쓰윽 빗자루질만 하고 걸레질과 화장실 청소는 내일로 미룬다. 어제 밤, 영화에 꽂혀 새벽까지 잠을 설쳤더니 컨디션 노 굿이다. 잠 부족으로 힘이 없으니, 의욕도 없다.
 
하루 종일 비가 내린다.
엊그젠 무리를 해서 아프기까지 했지만, 꽃범의 꼬리를 잘 옮겨 심은 것 같다. 햇빛에 허리를 굽히고 쓰러져 있던 꽃범이, 밤새 내린 비를 머금고 당당하게 일어났다. 암, 그래야지......
늦은 저녁에 '아이스 베리' 두 그루를 3호 화단으로 옮겨 주었는데 이 녀석들도 충분히 비를 머금고 녹색 이파리를 발산하고 있다. 이도 참 잘한 것 같다. 
 

 

 
유리창 청소를 시작으로 하루 종일 집안 대청소를 했다. 청소는, 힘들지만 하고 나면 깨끗함과 개운함에 보람 있는 일 중에 최고다.
수고한 우리에게 보상을 하기 위해, 오늘은 특별식을 준비했다.
양고기 바비큐!
남편은 숯불을 피우고, 상추와 김치, 파드득나물과 된장찌개까지 한 상을 차렸다. 야외 데크에서 판을 벌이니, 캠핑을 온 것 같아 괜히 설렌다.
비가 내리는 저녁 어스름, 초록향과 숯불향의 대잔치!
여긴, 깊은 산속 '텐트 밖은 유럽'인가, 알프스의 산 골짜기인가?
 

 

 

 
중국에 갔을 때, 그리고 아이들 생일에 경험해 본 양고기를, 집에서 숯불에 구워보기는 우리도 처음이다. 지글지글 고기향은 성공인데, 양고기 맛은? 다행이다. 양고기 특유의 비릿함 없이 씹을수록 고소한 육즙이 퍼져오니, 아이들 내려오면 또 구워야겠다.
맛있어서 좋고, 숯불 옆에 앉아 있으니 따뜻해서 좋다.
노동 후의 충분한 충전, 몸도 마음도 힐링을 한다.
남편과 단 둘이 하는 조촐한 저녁식사, 어스름 행복이 퍼져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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