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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봄에 이사 온 젊은 부부집에 놀러갔다.
결혼한 지 얼마 안된 새내기 부부가 열심히 집과 텃밭을 가꾸는 모습이 참 기특하고 아름답다. 30대 부부는 산에 올라가는 길목에 위치한 집이라서 등산을 할 때면 자주 만나 인사를 나누는 이웃이다.
"노부부가 살던 집이라서 손 볼 데가 많아요." 라며 부부는 무거운 돌멩이를 날라다 계단을 만들고, 풀 숲이던 땅에 텃밭과 화단을 만들며, 그들의 로망을 천천히 실천하고 있다. 어느날 지나다 보니 닭장이 새로 생겼는데, 형태가 예사롭지 않다. 장맛비로 쓰러진 나무를 베고, 뒷산을 이용하려고 나무를 잘라서 쌓아 놓은 모습도, 예술이다. 나무 가구를 제작한다는 소리는 들었지만, 문ㅇ씨는 예술적 감각이 뛰어나고 분명 손 재주가 있는 사람이다.




오늘은 특별한 부탁이 있어 젊은 부부 집을 방문했다.
"나무로, 사슴 한 마리만 만들어 주세요."
처음엔 잘라 놓은 나무만 얻어올 생각이어었는데, 감각 있는 사람의 느낌을 믿어보고 싶어서 어려운 부탁을 하게 되었다. "잘라놓은 나무를 이용해서 가급적 나무의 느낌이 나도록......", "참나무는 벌레가 많이 꼬이니......" 서로의 상상은 다를지언정 생각이 많이 일치하니 두 사람 모두 신이 났다.
"재미 있을 것 같아요." 흔쾌히 대답하는 문ㅇ씨.


풀밭에서 한가로이 노니는 어미사슴과 아기사슴을 만들고 싶었다.
나무와 돌, 초록이 있는 곳에 생동감 있는 사슴 모자를 들이면, '일곱난장이와 백설공주'같은 아름다운 이야기가 생겨날 것 같았다.
"천천히 만들어도 돼요." 라고 했지만, 집에 사슴을 들일 생각을 하니, 설렘이 요동을 친다. 마음은 벌써 사슴 두마리를 그려보고 있다.
"보리수 나무를 전지했는데, 여름에 강전지는 위험하다고 옆집 사장님이 걱정하셨어요. 그래도 산에 가는 사람들이 따 드시라고 길가 쪽은 남겨두었어요." 해맑게 웃는 이 젊은이.
옆집 형님이 이 젊은 부부를 이야기 할 때면 함박웃음을 지으며 칭찬한 이유를, 충분히 알 것 같다.
예의 바르고, 맘씨도 솜씨도 넉넉한 이 젊은 친구를, 어찌 사랑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