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삐뚤빼뚤 글쓰기

머리를 부딪힌 새

요술공주 셀리 2023. 7. 5. 12:54

쇠비름 효소를 마무리하고, 창문을 열고 커피 한잔을 즐긴다.
빗소리보다 먼저 들어오는 계곡물 소리, 빗줄기보다 더 맑은 물소리를 들인다. 
그런데, 갑자기 '쿵' 둔탁한 소리와 함께 검은 물체가 휙 지나간다.
"앗, 깜짝이야"
벌떡 일어나 소리난 곳에 가보니 "새다!" 동고비보다 큰 새가 숨을 할딱거리고 있다.
 

 
'비에 젖은 동고비'가 응가를 하고 날아가더니, 오늘은 베란다 창문에 부딪힌 새라?

새가, 얼마나 놀랐는지 입을 벌린 채, 콩닥콩닥 놀란 가슴을 쓸어내리고 있다. 꼬리만 까딱까딱, 눈알도 굴리지 못하고 그렇게 한참을 망부석처럼 앉아 있다. 머리를 부딪혔는지, 정신을 못 차리는 것 같다.
 


핸드폰을 들고 30여분 째 새를 지켜보고 있다. 나도 새처럼 같은 자세로 앉아 있다. 
자극을 주면 안될 것 같아 조용히 집 안으로 들어온다.
팔이 저려오지만, 두려움에 떨고 있는 새를 위해 기도를 다한다. "저 아이도 제발 살려주세요."
시계를 보니 10시 40분. 새는 벌렸던 입을 다물고, 눈알을 굴리기 시작했다. 고개를 돌리기도 한다. 그러나 어쩌다 한 번쯤, 행동이 굼뜨고 느리다.
 

 

 

다행이다. 움직임이 좀 더 많아졌다. 시간 텀도 짧아졌다. 

 

그런데 푸하하, 동고비도 응가를 하더니 이 아이도 응가를 한다! 응가를 한 동고비는 날아갔는데......

 

 

머리만 움직이던 새가 몸도 한 번 뒤척이고......

 

이제 좀 정신이 드는가? 몇 발자욱 움직인다.

 
기특하다. 응가한 곳에서 50여cm나 걸어갔다!

 

 

이제, 기운을 차렸나 보다. 더 많이 걸어가, 난간 쪽으로  이동!


그런데, 두 번 째 응가. 이 아이도 동고비처럼 흔적을 남기려고?


종종걸음을 해서 잔디밭으로 가더니, 푸드덕 날개를 펼쳤다!
눈 깜짝할 사이에 일어난 일.

새가 날아갔다.

비 그친 하늘엔 해님이 쨍 나타나고, 1시간여 만에 새는 날아갔다.
11시 12분이다. 
 

 

 
 

'삐뚤빼뚤 글쓰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소문난 잔치  (2) 2023.07.08
정글의 법칙  (2) 2023.07.07
귀한 몸, 쇠비름  (1) 2023.07.04
사슴을 부탁해  (1) 2023.07.04
수산나네 가는 길  (7) 2023.07.03
공지사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