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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자리가 뒤숭숭하다'라는 말은 주로 할머니가 잘 사용하셨다. 돌산을 넘는데 가도 가도 끝이 없다. 험하기 이를 데 없어 진땀을 흘리다가 새벽에 잠이 깼다. 꿈이라기엔 너무 생생해서 깨어 있는 무사한 현실이 너무나 고마웠다.
오전의 시외버스는 막힘없이 흐름을 잘 타서 오늘도 시간 안에 도착하는 줄 알았다. 그러나 서울 근처에 다다르자 쨈이다. 엉금엉금, 천천히, 가다 서다, 결국 시간 초과로 서울에 도착했다.
"엄마 오신다기에 반차를 냈으니 회사 근처로 오면 맛있는 점심을 사 드리겠다"라고 큰아들에게 카톡이 왔다. 후후후 녀석 결혼하더니 사람 됐네 하며 2호선을 탔다. 큰아들 회사에 도착하니 오후 1시 반. 배가 많이 고프다. 손주 본다고 아침도 먹는 둥 마는 둥 했다. 서울에 오면 꼭 한 번은 먹어야 하는 쌀국수를 먹자고 여의도를 가는데, 그놈의 트래픽 쨈에 또 걸렸다. 비엣남 식당에 도착하니 2시가 넘었다. "아이고, 죄송합니다. 3시까지 brake time입니다." 아이고, 이건 또 뭔 situation? 왜 화가 나는 걸까? 결국 3시가 다 되어 '정인면옥'에 가서 냉면을 먹었다. 배가 고파 죽겠는데도 반을 남겼다.
며칠 전부터 눈이 건조하고 불편해서 안과부터 찾았다. 늘 가던 동네 병원인데 불이 꺼져있다? '14일부터 20일까지 휴가'란다. 오늘은 왜 이럴까? 짜증이 난다. 그러나 어쩌랴? 집에 오니 손주가 목욕준비를 하고 있다. 방긋방긋 웃는 손주를 한 번 안아보고 힘을 얻어 다른 안과에 갔다. 안과도 병원이다. 혹여 수술하라면 어쩌지? 백내장, 녹내장, 황반변성 검사까지 마치고 이름이 불려질 때까지 왜 그렇게 떨리는지......
여름이 되어 sun cream을 눈 밑까지 너무 자주, 열심히 발랐는데, 아무래도 썬 크림이 눈에 들어간 것 같다. 눈에 기름이 끼었으니 약 잘 바르고 잘 관리하라고 한다.
점심도 먹었고 안과도 다녀왔으니 이제 손주만 보면 된다. 룰루랄라 편안한 마음으로 집에 오니 울 애기는 꿈나라 여행 중. 낮에 저렇게 잘 자면 밤에 잘 안 잘 텐데, 며느리가 힘들 텐데, 걱정이 앞선다. 6시에 일어난 손주에게 이유식을 먹였다. 쌀을 갈아 만든 미음을 세 번째 먹는다는데 잘도 받아먹는다. 눈이 마주치고 이야기를 해주면 벙긋벙긋 웃어주는 저 아이를 나는 '샘'이라고 부른다. 생명의 근원, 에너지의 원천, 넌 우리의 희망이구나. 옹알이를 하며 놀던 손주는 다시 잠이 들었다. 잠자는 모습이 더 예쁜 아가. 11시에 일어날 거라니, 그때까지 난 안 자고 기다리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