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삐뚤빼뚤 글쓰기

매운탕 파티

요술공주 셀리 2023. 8. 15. 21:49

삼겹살도 아니고 삼계탕도, 잔치국수도 아닌, 우린 오늘도 매운탕으로 대동단결. 파티를 열었다. 지난 모임에 이어 두 번 째다. 부모님을 돌봐 드리고 모임 시간보다 10여분 늦게 반장님 댁에 도착했는데, 오늘은 반가운 얼굴 한 팀이 더 있었다. 산 아래 사는 젊은 부부다.
윗집 부부는 유부초밥을, 젊은 부부는 고추장불고기를 해 왔다. 민물매운탕이 주요리지만, 집집마다 준비해 온 음식으로 푸짐한 한상이 차려졌다. 난 제일 중요한? 수제비 담당. 수제비를 얇게 떠 넣은 매운탕은 된장베이스임에도 매콤하고 시원한 맛이 일품이었다. 더위로 집 나간 입맛을 되돌리는데 이만한 요리가 어디 또 있을까?
 



모인 사람들은 모두 7명. 30대부터 70대까지 폭 넓은 모임이다. 이 모임의 장점은 서로의 의견을 존중하고 배려하는 분위기. 이타적인 커뮤니티도 아니고, 공동의 목표가 있는 사이도 아니며, 더더욱 가족이나 친척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차분하지만 에너지와 활기가 있다. 7명 중 일부는 애주가도 있지만, 밀밭에도 못 가는 젊은 부부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5시 30에 시작한 모임은 식사와 다양한 주제의 이야기로 시간 가는 줄 모른다. 참 희한하다. 각기 다른 지역에서 살았으며, 직업도 다 달랐고, 심지어 나이의 폭은 30~40년의 격차가 있음에도 8시가 넘은 시간까지 매운탕 하나로 이럴 수 있다니......
 



존중과 배려, 경청의 힘이다.
나이가 많다고 강요하지 않고, 젊다고 패기를 자랑하지 않으며, 서로를 향한 마음과 예의가 있음이다.

1차는 식사와 담소, 유쾌한 소통의 시간이었다면 2차는 나눔의 시간. 다양한 경험을 나누고, 헤어질 때엔 맛 있는 음식까지 안겨 주었다. 농사지은 토마토와 복숭아, 직접 담은 귀한 약주까지 아낌없이 나누었다.
 
어둠이 내린 시간, 헤어지려는데 반딧불이가 나타났다. 강원도에 귀촌해서 처음 본다는 반딧불이로 여기저기 함성이 터져나온다. 한 마리가 아니다. 숲 속에서, 나무 아래서 피용피용 나타나는 반딧불이로 3차전은 빛의 축제다. 청정지역에만 산다는 반딧불이가 사는 동네, 우리도 청정 이웃이다.
어두울수록 반딧불이는 빛을 발한다. 매운탕 파티는 '우리'라서 가능한 정다움의 축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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