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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선한 바람과 소나기 한 방울을 몰고 이웃집 형님이 오셨다.
"형님이 길조네요. 갑자기 소나기도 오시고......"
"말씀하신 대로 깻잎은 깨끗이 씻어 놓았습니다."
며칠 전, 형님이 나누어 준 깻잎 졸임을, 남편이 극찬을 하며 순삭 해버렸다. 평소 채소를 썩 좋아하지 않는 데다, 특히 깻잎은 강한 냄새가 싫다며 즐기지 않는 사람이다. 그런데 심심한 데다, 강한 냄새도 없고, 부드러운 깻잎 졸임은 "이거, 신세곈데?" 하며 밥 한 그릇 뚝딱하던 남편. "자기도 배워서 한 번 해보라"기에 일이 커져버렸다. "생각보다 공정이 좀 복잡하다"며 요리초보인 날 위해 형님이 직접 출장을 와 주셨다.
씻은 깻잎의 양이 한 소쿠리다. 꽤 많은 양이다.
물기를 빼기 위해 제일 먼저 깻잎을 씻어 놓고, 양념장을 만든다. 양조간장에 액젓과 설탕 약간, 다진 마늘과 다진 파, 다진 붉은 고추, 들기름(또는 참기름)을 넣고 잘 섞어준다. 절대 짜지 않아야 해서 깻잎 양에 비해 아주 적은 소량으로 만들어 주는 것이 포인트.


그리고 두 번째 포인트는 졸임용 육수다.
다싯 멸치를 노릇노릇 팬에 구워준 다음 양파를 썰어 멸치 위에 덮어준다.


팬(냄비)에 식용유를 두른 후, 깻잎 10장~15장 정도를 차곡차곡 펼쳐 한 웅큼씩 만들어 준 위에 양념장을 묻혀 멸치와 양파 위에 켜켜이 얹어준다. 이를 계속 반복하여 냄비 가득 채워주면 된다.

이제 냄비를 불에 올려 졸여주면 되는데, 처음엔 중불로 졸이면서 틈틈이 뚜껑을 열고 양념장 육수를 숟가락으로 뿌려줘야 양념이 골고루 밴다고 가르쳐주신다. 고소한 깻잎 냄새가 진동할 때쯤 해주면 좋다고......
생각보다 졸이는 시간이 꽤 걸린다. 골고루 양념이 배도록 냄비를 흔들어 주기도 했다가, 숟가락으로 양념 육수를 뿌려주었다가 정성이 가득 들어가는 작업이 필요하다. 이제, 끓으면서 생긴 양념 육수가 자작해질 때 센 불에 후루룩 끓여서 육수가 졸여지기를 기다리면 된다.

근데, 이게 뭐야?
큰 광주리 하나 가득, 큰 냄비 하나 가득이던 깻잎이 반의 반의 반으로 확 줄었다. 밑반찬으로 겨우내 먹겠지 하던 기대 또한 반의 반으로 줄었고. 동생이 오는 겨울까지 남아 있을 것 같지 않다. 아무래도 한 번 더 해야 할 듯......
오늘은 형님이 다 해주셨지만, 그땐 혼자 해봐야지.
그런데, 아무래도 양념장 레시피는 형님만의 비법인 듯, 어쩐지 얼렁뚱당! 자세히 배우질 못해 못내 아쉽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