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삐뚤빼뚤 글쓰기

산책

요술공주 셀리 2023. 9. 9. 13:49

한강에 둔치가 있다면, 여기엔 주천강 산책길이 있다.
그리 가깝지는 않아도 마음만 먹으면 갈 수 있는 곳, 주천강변을 걸었다. 이런 곳이 있다니 반가운 일이다.
강변이 아니어도 산골의 산책길은 도로 따라 여기저기 걸을 수 있으나, 흐르는 강을 따라 걷는 길은 또 다른 감흥을 주니 말이다. 
 

 

안개 자욱한 아침을 가르며 산책 파트너, 윗집과 함께 길을 나섰다.
높아진 하늘과 연둣빛 들판, 꽃처럼 빨갛게 익은 사과가 가을 한복판으로 우릴 데려왔다. 따가운 햇볕만 피하면 살랑살랑 가을바람이 분다. 집에서 멀리 나왔지만, 나오길 참 잘했다.
 



널찍한 한강 둔치에 비해 다소 규모는 작지만 아기자기한 마을을 끼고 논과 밭이 잘 어울리는 편안한 풍경.
고민과 갈등이 없는 들판 사이에 몽글몽글, 유유자적 강물이 흐른다.
동생 집이 강 옆에 위치해 있어서 강풍경은 낯이 익지만, 강을 끼고 걷는 일은 늘 새롭고 설레는 일이다.
멀리서 보는 강은 늘 제자리지만, 가까이서 보는 강의 실체는 쉼 없는 몸부림. 저 강물의 힘찬 생명이 있음일 게다. 
 
길고 좁은 길 양 옆으로 좌 들판, 우 강물이 마치 좌 청룡, 우 백호 같아 괜스레 왕이 된 기분, 힘이 난다. 
탁 트인 파란 하늘은 보너스. 이렇게 아름다운 호사를 누려도 되는지 모르겠다.
조금만 더 부지런하면 누릴 수 있는 이 '여유'를 이 가을엔 자주 누려야겠다.
게다가, 휴식과 건강.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는 산책이니 말이다. 
 

 

산책길 건너편엔, 솔솔 부는 강바람을 맞으며 걸을 수 있는 또 다른 공간, 데크 길도 완공되었다고 한다.
선선한 저녁나절엔 노을이 내려앉는 풍경을 만날 수 있다니, 다음엔 새로 조성된 데크 길도 걸어야겠다.
오늘도 쉼표 하나를 강가에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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