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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아는 효소라곤 '매실청' 한 가지였다.
엄마가 주신 매실청은 설탕 대신 요리에 넣어서 사용하곤 했었다. 강원도에 내려오기 전, '나는 자연인이다'라는 프로그램을 애청했는데, 그때 효소의 종류가 실로 많음을 알게 되었다.
지금도 생생히 기억한다.
처음 블로그 글이 '보리수 잼'이었는데, 그때 알게 된 보리수는 이후, 보리수 효소와 보리수 술을 담그는 동기가 되었었다. 이때부터, 재료와 설탕만 있으면 가능한, '효소 담그기'를 시작하게 되었다.
6월엔 보리수와 오디를, 7월엔 쇠비름을, 8월엔 개복숭아 효소를 담그고 엊그제 홍고추 효소까지 두루 만들어 보았다. 단 맛을 썩 좋아하지 않으나 부패와 변질을 막기 위해 설탕의 양을 재료만큼 섞어주고 있다. 그런데 엊그제 담은 홍고추 효소 표면이 흰색으로 변했다. 아니? 이럴수가...... 뚜껑을 열어보니, 표면의 고추가 물컹물컹. 썰은 단면이 하얗게 변해있는 게 아닌가? 깜짝 놀라, 표면의 고추를 모두 제거하고, 넉넉히 설탕을 뿌려 일단 응급처치를 해주었다.
5그루의 꽈리고추, 5그루의 고추 모종에서 이렇게나 많은 양의 고추가 매달릴 줄 정말 몰랐다.
과잉 생산한 고추는 이웃에 수차례 나눔을 했는데도, 어느새 대롱대롱 홍고추가 달렸는데, 주체할 수 없는 양의 고추를 구할 수 있는 방법을 가까이서 알게 되었다. 홍고추를 씻어 냉동실에 보관했다가 갈아서 김치를 담그면 good이요, 설탕에 버무려 효소를 담그면 best라고 반장님이 알려주신 것. 게다가 홍고추 효소는 잘 알려지지 않은 특급 비책이라 했는데, 오늘 이 같은 일이 생긴 것이다.
"반장님, 이럴땐 어떻게 합니까?" 홍고추 효소를 가르쳐준 선생님 찬스를 사용했다.
"설탕이 적었나 봐요. 설탕을 더 넣고, 냉장고에 보관해 봐요."
우문현답을 주신 반장님. 설탕이 부족해서 덜 넣은 것은 또 어떻게 아셨을까? 휴, 다행이다. 소생의 길이 생겨서......
내년 여름, 동생과 함께 홍고추 효소를 사용해 봐야겠다.
제육볶음을 할 때, 달달하고 매콤한 홍고추 효소를 넣고 프라이팬에 달그닥 달그닥 볶아주면?
와우, 얼마나 맛있게요?
달콤한 상상에, 남은 하루도 절로 신이 나는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