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엊그제 내린 가을비로 나무와 숲, 잔디의 초록이 힘이 빠진 듯 우울하다. 짱짱하던 초록이 언제부턴가 노란 기운이 짙어지고 있다. 안개 자욱한 새벽 창가가 그래서 더 반갑고, 또 반가웠다.
햇빛을 흠뻑 머금은 자욱한 안개가 왔으니 이른 아침부터 세탁기를 돌렸다.
"그럼 그렇지."
9시가 되자 쨍하고 나타난 햇볕!
"반갑다, 친구야!"
파란 하늘, 흰 구름. 완연한 가을이다.
그런데, 오늘따라 눈에 띄는 빨간 열매. 눈이 부신 산딸나무가 눈길을 사로잡는다.
집도 짓기 전에 심은 나무가 산딸나무다.
그때만 해도 나무는 내게 낯설고 무지했던 분야다. 전원생활을 일찌감치 시작한 동생이 소개해서 나름 투자한 나무가 산딸나무인데, 4그루를 심었으나 지금은 3그루가 자라고 있다.
봄에는 별처럼 빛나는 흰 꽃을, 가을엔 저렇게 빨간 열매를 매달고 어깨 뿜뿜 하는 나무다. 게다가 딸기 같기도, 꾸지뽕 열매 같기도 한 예쁜 열매는 면역력 강화, 소화를 돕고, 혈액순환과 눈 건강 등 효능도 만만치 않다니 오늘은 '산딸나무 열매 효소'를 만들고 말리라.
효소 담을 빈 통도 깨끗이 씻어 놓고, 3kg 들이 설탕 한 포도 확인했으니, 이제 저 열매만 따오면 된다.
장화를 신고, 모자를 쓰고, 장갑과 긴 옷을 장착했을 때는 나름 긴 시간을 투자하거나, 위험한 작업을 시작한다는 의미다. 완전무장을 하고 산딸나무가 있는 길가로 올라갔다.
그런데, "어쩌란 말이냐?" 섹시한 빨간 열매는 길가 쪽이 아니라, 남향인 법면 쪽에만 열려있는 게 아닌가?
"오, 그렇단 말이지?" 다시 내려와 비탈진 법면에 가까스로 기어올라갔지만, 열매는 '가까이하기엔 너무 먼 당신'이다. 손을 뻗어보고 까치발을 들어 보지만, 어림도 없다.
비탈진 법면을 올라가기엔 위험요소가 너무 많다. 게다가 풀을 뽑다가 2m 법면에서 굴러 떨어진 기억이 있으니 "할 수 없다." 포기할 수밖에......
비장하게 준비한 마음에게 미안하고 계면쩍어, 열심히 풀만 뽑고 내려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