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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보호센터에 다니면서 엄마의 표정이 많이 밝아지셨다.
멍한 표정으로 먼 산을 바라보던 시간이 길어지고, "난 모른다"라는 표현이 많아져 병원에 모시고 갔더니 치매 초기라고 한다. 꽃을 가꾸고 밭에서 일하시는 걸 좋아하시니 87세의 연세에도 건강을 유지하셨는데 우려하던 일이 생긴 것이다.
여장부처럼 씩씩하고 적극적이던 모습을 많이 볼 수 없으니 마음이 아프고 안타깝지만 그나마 일찍 발견해서 다행이다.
꾸준히 약을 복용하고 주간보호센터에 가시면서 생기를 찾으셨으니 감사할 일이다.
손으로 하는 작업을 좋아하는 엄마의 취미활동을 위해, 그리고 치매예방에 좋다는 '뜨개질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엄마, 커튼을 좀 떠 주세요." 1탄은 코바늘 뜨기.
실과 바늘을 사 드리고 부탁 드렸더니 역시 좋아하셨고, 그날부터 뜨기 시작한다. 가방에 넣어 가지고 다니며 센터에서도 열심히 뜨시더니 어느새 완성하셨다. 책이나 샘플 없이 오로지 엄마의 아이디어로 짠 커튼은 역시 노련하고 세련미가 넘친다.
큰 작품을 완성하시더니 '테이블보'는 껌도 아니다.
게다가 "자투리실로 짜 놓은 컵 받침을 재활용하는 기지까지 발휘했다"고 늘어지는 자랑은 질리지도 않는지 하루에도 수십 번 말씀하신다.
"엄마, 화장실 커튼도 떠 주세요."
"싫어, 그건 니가 떠"
앗. 싫다고 하는 것도 있으시네. 근데 엄마, 이왕이면 제 부탁 하나 더 들어주시어요.
" 더 아프지 말고 지금처럼, 딱 지금처럼 건강하시어요" 그게 저한테 주시는 엄마의 선물이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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