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멋있는 손뜨개

엄마의 등받이

요술공주 셀리 2022. 8. 30. 17:23

어느날, "발 매트로 쓰거라"하며 엄마가 툭 던지고 가신 우리집 발매트는,
엄마 거실에선 등받이로 사용한다.

책도 안 보고, 더더욱 인터넷 없이
오직 엄마 생각으로 뜬 쿠션 커버와 등받이.

등받이는 두꺼운 면실로, 쿠션은 얇은 털실로 짰으나
멀리서 보면 같은 흰색으로 보이니 통일감 있어 잘 어울린다.

심지어 등받이는 처음부터 양면으로 짜셨는데, 그런 고급 기술은 어디서 배우셨을까?

그런데 고급 기술로 떠진 엄마의 등받이는
밭에서 일하다 털지도 않은 흙 묻은 엄마의 옷도 받아주고,
아버지가 깔고 주무시는 베개도 되어주고,
증손녀가 흘리는 주스가 묻어도 오우 케이!

쑹덩쑹덩 힘 들이지 않고 뜬 엄마의 등받이.
엄마가 쉽게 떴다고 해서, 편하게 사용한다고 해서
엄마의 등받이가 많은 걸 받아주는 쉬운 물건으로 취급되지 않았으면 좋겠다.

치매에 걸려서, 생각 없이 ''난 잘 몰라" 하시는 엄마의 말을
사람들이 무시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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