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삐뚤빼뚤 글쓰기

시내 나들이

요술공주 셀리 2024. 11. 11. 16:32

"이제 그만 오라고 할까?"
"아냐 한 번 더 오라고 할 거야."
오늘은 원주 가는 날이다. 백내장 수술 경과를 점검하러 가는데, 수술 후 한 달이 넘었으니 남편과 하는 말이다. 그런데, 병원 가는 사람이 꼭 소풍 가는 어린애 같다. 설렘으로 오늘을 손꼽아 기다렸었다. 병원이 핵심이나, 우린 제사보다 잿밥에 관심이 더 많은 것 같다.

"아주 좋습니다. 이제 그만 오셔도 됩니다. 남은 약 다 넣으시고, 불편하면 나오세요."
오늘도 원장님은 명쾌하다. 이제 그만 오라 하니 "감사합니다." 란 인사도 한 옥타브 올라간다. 와, 이제 안과로부터도 해방이다.

"닭강정, 하나 포장이요."
출발과 함께 시간이 걸리는 닭강정부터 주문했었다. 오기 전에 시장 볼 품목부터 메모했으니, 재래시장 구경할 생각에 보폭이 빨라진다. 원주 중앙시장은 청결하고 가격도 저렴해서 찾는 사람이 많다고 한다.
우후후, 오늘도 참새는 방앗간이 먼저다. 녹두전도 사고 만두랑 사과, 남편의 안줏거리까지 야무지게 시장을 봤다. 2주일 후에 또 올 줄 알았던 안과가 종결이라니, 예정에 없던 미장원까지 들렸다. 안과에서 보낸 시간은 30분 이내. 시장에서 보낸 시간은 2시간 이상이니, 오늘도 배보다 배꼽이 더 큰 장사를 했다.

"아이고, 배고파."
자주 가는 식당에 도착하니 1시다. "막국수 하나, 옹심이 칼국수 하나." 시켰으나 옹칼은 2인분 이상만 가능하단다. 울컥, 또 침을 삼킨다. 왜 여긴 주인 맘이 더 큰 걸까? 어쩌랴 꿀꺽, 침 한 번 더 삼키고 막국수를 포기하고 옹심이 칼국수를 먹었다. 어쩌랴, 로마에 살려면 로마법에 따라야지......

집에 돌아오니 치지직~ 공사 현장이 바쁘게 돌아간다. 간식을 가지고 올라가니 드디어 부엌에 창문이 생겼다. 아, 크게 내길 잘했다 싶다. 새로 낸 창문으로 가을이 넘실댄다. 하늘과 느긋한 산등성이, 단풍이 인사를 한다. 난 저 창문에서 날마다 새 풍경을 만날 것이다. 그럼 된 거다. 공사가 좀 늦으면 어떠리. 창문 너머로 마른 갈잎이 데구르르 바람과 한 몸이 되어 길을 건너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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