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삐뚤빼뚤 글쓰기

오, 춘천(소양강)

요술공주 셀리 2024. 11. 13. 17:33

"내일, 우리 춘천 같이 가요." 옥이의 느닷없는 제안에 잠시 당황했지만 공사도 없다 하고, 남편만 ok 하면 문제없는 일이다. 남편은 어제 시작한 장작 창고를 만들고 싶어 했지만, 우린 춥기 전에 이 가을을 만끽하기로 했다. 오, 오늘은 그래서  춘천이다.
중앙고속도로를 한참 달리다 보니 높은 산 아래로 집들이 펼쳐져 있는 풍경을 만났다. 춘천이란다. 그런데 우리의 목적지는 소양강댐. 깊숙한 골짜기사이로 반짝이는 물과 고운 단풍이 미치도록 아름답다. 갈까 말까 잠시 고민했었는데 오길 참 잘했다.



여기가 황혼이 유난히 아름답다는 그 소양강이란다. 강은 물이라서 좋고 산은 단풍을 입어 아름답다. 배를 타고 소양감댐 주변을 둘러보는데 동요에서 듣던 '낮에 놀다 두고 온 나뭇잎배'가 떠다닌다. 역시 엄마 곁에 누워도 생각이 나는 나뭇잎배다. 나뭇잎배는 마치 강물에 철렁이는 아기새 같기도, 무리 지어 다니는 고기떼 같다. 고운 단풍으로 물든 산 아래, 강물도 산처럼 노랑물이 들었다.



배를 타고 20여 분을 달려간 곳은 '청평사'. 기암절벽 절경 아래 아담하게 앉은 사찰과 함께 흔치 않은 '종'이 눈에 들어온다. 우리나라의 아름다운 장소엔 모두 사찰이 있다는 정석에 걸맞은 풍광. 거목의 은행나무가 사찰의 역사를 반영하듯 큰 하늘을 온 몸으로 품고 서있다.



사그락 사그락 갈잎 부서지는 소리. 까아악 까마귀 소리, 조올졸 흐르는 물소리가 모두 합창을 한다. 눈호강, 귀호강 2도 화음이지만 간간이 섞이는 바람소리, 새소리로 화려한 음악 영화 한편을 본 것만 같다.



11월 하고도 중순에 고운 단풍이라니......, 파아란 하늘이라니, 감동을 잇는 하모니라니, 오늘은 따순 햇볕을 세 부부의 마음에 고스란히 품은 소중한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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