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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가 많이 고팠다. 그도 그럴 것이 소양강댐에 도착한 시간이 11시. 11시 30분 출발하는 배를 타고 청평사에 도착한 시간이 11시 50분이다. 청평사를 둘러보고 선착장에 도착했을 때가 이미 12시가 넘었으니 12시에 맞춰진 배꼽시계가 난리가 났다. 그러나 배는 1시간마다 운행되니, 13시 30분에야 소양감댐 방향 배를 탔다. 이럴 줄 알았으면 우리가 원하면 언제든 출발이 가능한 소형 motor boat를 탔어야 했다. 일행은 thrill 넘치는 모터보트를 타고 싶어 했는데, 무섭다 하는 나를 배려해 탑승 시간이 정해진 유람선을 탔던 것이다. 나를 배려해 준 일행이 묵묵히 배를 기다리는 모습을 보고 있자니 미안하고 또 미안했다.

2시. 닭갈비를 먹으러 식당에 갔다. 입구부터 범상치 않은 비주얼이다. 분수와 나무다리, 붉은 담쟁이넝쿨이 범상치 않다. 넓은 대지에 christmas-tree가 수십 개가 장식되어 있고, 분수와 소품들의 구성과 scale이 중국의 규모를 연상케 한다. 식당 이름도 '큰 지붕 닭갈비집'이다. 정말로 지붕이 남달리 길고 높다. 정말로 크다. 간식 먹을 time에 점심이라니 돌멩이도 맛있을 터. 그런데 '산삼'부터 먹으라니, 이 집 뭔가 다르네 하며 꿀에 찍어 한 입에 꿀떡 먹어치웠다. 큰 그릇에 담겨 나온 붉은 양념의 매콤 달콤한 닭갈비를 우린 볶음밥과 함께 깨끗이 비워버렸다.





서둘렀다. 늦은 점심 후의 관광으로 '삼악산 호수 케이블카'가 예정되어 있기 때문이다. 의암호와 북한강을 끼고 있는 기암절벽의 삼악산을 케이블카로 순간 이동을 해서 정상에 올라갔다. 세계에서 두 번째로 길다는 다낭의 케이블카도 경험했으니 "까짓 이 정도는" 하고 탔는데도 덜커덩 삐걱일 땐 어질어질했다. 그런데다 투명 유리로 내려다 보이는 저 시퍼런 강물이 어쩐지 두려워 가슴이 콩닥거렸다. 설마 언니들 놀라게 하려고 옥이가 비싼 'crystal cable car'를 예약한 건 아니겠지? 엉뚱한 상상으로 무서움을 잠재울 때, sense 있는 옥이의 제안으로 우린 소년 소녀로 변신! 발바닥을 모으고 온갖 다양한 자세로 사진을 찍으며 정상에 올랐다.





발아래 펼친 휘황찬란한 단풍과 온갖 나무들의 향연을 만끽하며 정상에 다 달으니 "어서 와 여기는 처음이지" sky walk가 환영을 한다. 한 team씩 발아래 낭떠러지가 훤히 보이는 유리 위에서 사진을 찍는데, 이게 또 뭐라고 다리가 후들후들~ 꺄악 소리를 지르면서 3 부부 모두 기념사진을 찍고 내려왔다.



소양강가를 걷고, 청평사와 삼악산 등산을 했으니 1만 보가 넘게 걸었다. 건강도 챙기고 마음이 맞는 이웃과 룰루랄라 좋은 거 보고, 맛있는 거 먹고, 힐링을 했다. 눈을 감으면 보이는 호반의 도시 춘천, 귓가를 맴도는 계곡의 물소리, 시도 때도 없이 계속하게 되는 "해저문 소양강에 황혼이 지면....." 노래를 하고 있으니 내년 봄, 춘천에 또 갈 것만 같다. 춘천은 내 기억 속의 보물상자가 되었으니, 지금 이 기분은 날개가 달린 '늴리리 맘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