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삐뚤빼뚤 글쓰기

겨울의 문턱

요술공주 셀리 2024. 11. 12. 12:47

"언니, 산책 갈까요."
아침 설거지를 시작하려는데 전화가 왔다. 어제 내려온 옥이다. 주로 오후에 하던 산책이다. 까짓 설거지야 나중에 하면 된다. 반가운 얼굴을 보려니 마다할 이유가 없다. 10시, 강원도 마님들이 아침부터 또 뭉쳤다. 밝은 목소리들이 퍼지는 산골짝엔 늦잠에서 깬 아침 햇살이 온기를 나눔 한다.

예년보다 따뜻하다는 11월의 기온 탓일까? 프록스와 나리꽃, 꽃범의 꼬리가 된서리를 맞고도 여전히 빛을 발하고 있다. 끈끈이대나무도 지금이 봄인 줄 알고 있나 보다. 그러나 파릇파릇한 저 새싹과 꽃들이 영하로 떨어진다는 다음 주에도 잘 버틸 수 있을는지...... 이제 겨울이 온다는데, 저 철부지들을 대체 어찌해야 할 고?





철 모르고 나온 꽃들 뒤엔 11월 중순의 나무들이 있다. 부는 바람을 어쩌겠는가? 계절에 순응하는 나무들이다. 그러니, 그 고운 단풍을 가을 아래 조용히 내려놓았다. 빈 나뭇가지도 아직은 눈이 부시다. 무성한 나뭇잎에 가려져있던 앞집이 성큼 한 걸음 더 가까이 다가온다.



"아휴, 힘들어."
강가를 돌아 형제바위쯤 오고 있을 때다. 아기 고양이 한 마리가 나타났다. 그런데, 고양이는 우리를 계속 따라 달려오는 게 아닌가?
"아이고, 어쩌나. 사람 손을 탄 고양이네." 고양이를 좋아하지 않는 언니와 난 거리를 두고, 들고양이 세 마리를 키우는 옥이는 어쩔 줄 모른다.
"아이가 너무 불쌍해서 데려오다가 아무래도 안 되겠기에 내려놓고 왔어." 옥이 남편은 얼굴에 아쉬움이 가득하다. 일주일에 반은 도시에서, 반은 여기서 사는 옥이다. 어미가 없는 저 들고양이를 어쩔 것인가? 언니랑 난 고양이를 키울 생각이 없고, 서울에 있는 동안 돌 봐줄 사람이 없다는 걸 알고, 아기 고양이를 길에 내려놓고 왔을 터. 품에 안고 오다가 길 가에 내려놓고 오는 마음이 오죽했을까?
햇살 사이를 비집고 강바람이 쌔앵 불어온다.
저 고양이, 겨울의 문턱을 어떻게 넘을 수 있을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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