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삐뚤빼뚤 글쓰기

숫소와의 한 판

요술공주 셀리 2024. 12. 28. 18:53

'숫소'를 주문했더니, 날씨 때문에 배가 뜨지 않는다고 했다. 다음 주초에나 도착할 거라더니 숫소는 오늘 낮에 도착했다.



며느리 스웨터가 완성 단계라서 뜨개질에 푹 빠져 있을 때, 도착을 했다. 그러니 뜨개질이 먼저다. 팔을 붙이고 가장 기대되고 힘든 목선을 완성하고서야 숫소 손질을 했다.



수소 21마리다. 우선, 꽁꽁 언 숫소 10마리를 소분해서 냉동고에 넣었다. 반은 동생네랑, 반은 설날에 먹기 위해서다.



쓸데없는 다리와 껍질을 떼어내고 꼼꼼하게 솔질을 해서 깨끗이 씻었다. 그때부터 꼬박 세 시간을 서 있었더니 다리가 아프다.
집간장과 진간장, 액젓까지 넣고 고춧가루와 갖은양념을 미리 만들어 놓았다. 숫소와의 한 판은 이제 반절은 승리한 거다.



먹기 좋게 자른 게살과 다리, 게딱지에 붙었던 내장을 모두 넣고, 미리 만들어 놓은 양념에 버무렸다. 한 숟가락 떠서 간을 본다. 오, 양념과 게의 내장이 만난 특유의 맛이 혀를 감싼다. "자기야, 간 좀 봐줘." 한 숟가락 남편의 입에 넣어주니, 괜찮다고 한다. "치, 내가 얼마나 공들여 만든 건데 맛있다고 해야지. 괜찮다니......"



오후에서야 손질을 시작 했으니, 어느새 저녁 시간이다. 부모님 마중도 가야 하고, 할 일이 많다. 그래서 게다리는 따로 모아 된장을 넣고 게찌개를 했다. 게다리를 뺀 게장의 양은 많이 줄었으나, 마치 대게인양 살만 쏙쏙 빼서 먹으니 달달하고 맛있다. 그러나, 수북한 껍질에 비해 먹은 양은 미미했으니 다음엔 힘들어도 게다리는 게장에 넣기로 한다.



오늘은 d-day, 2일이다. 연말에 동생 부부가 귀국을 한다고 했다. 떡국떡을 썰어놓고, 오늘 게장을 했으니 이제 만두만 빚으면 된다. 동생 부부가 좋아하는 걸 만들어 놓았으니 이제 시간아 빨리 가라, 기다리기만 하면 된다.

근데, 왜 '숫게'를 '숫소'라고 하는지 모르겠다. 사전을 찾아봐도 숫소는 암소의 반대말이던데, 대신꽃게 사장님은 늘 숫게를 숫소라 하는지...... 혹시, '숫게 작은(소)' 걸 말하는 건가???

'삐뚤빼뚤 글쓰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먼지 처럼 쌓여가는 것들  (4) 2024.12.30
며느리에게 보낼 선물  (6) 2024.12.29
엄동설한에서 봄을 찾다  (7) 2024.12.27
성탄절에 만난 사람들  (8) 2024.12.24
떡을 썰다가 집을 태울 뻔  (9) 2024.12.23
공지사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