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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이 총각일 때, 아들은 수 십 번의 소개팅을 했었다. 아는 지인들에게 부탁을 하면 귀하디 귀한 신붓감을 소개해줬고, 아들은 거부하지 않고 넙죽넙죽 소개팅을 했었다. 더러는 마음에 들어 after도 신청했지만 인연이 아니어서 오래가지 못했다.
그러던 어느 날, 아들은 "엄마, 40살이 되면 결혼할 거예요." 하더니 정말로 39세 12월에 참한 신붓감을 데려왔다. 며느리는 지인이 다니는 성당의 신심 깊은 신자였고, 지인은 성가대원. 며느리는 성가대의 반주자였다. 아들은 40살이 되던 2월에 결혼을 했다. 결혼과 함께, 냉담하던 아들이 성당에 꼬박꼬박 다니고 있다. 모두 며느리 덕분이다. 게다가 결혼 1년 만에 떡두꺼비 같은 손자를 얻었으니, 내겐 아들 내외가 고맙고 고마울 뿐이다.
22개월 된 손주가 나를 "할머니"하고 부른다. 이를 본 남편이 "다민아, 난 할아버지야. 한 번 불러봐. 할아버지~ 해 봐." 그러면 정말로 "하부지"하는 손주가 사랑스럽고 자랑스럽기만 하다. 손주가 이쁘고 귀하니, 며느리 사랑도 철철 넘쳐난다. "며느린 며느리일 뿐"이라고 어떤 친구가 내게 일침을 주었지만, 내 관심은 멈추질 않는다. 자꾸 뭘 해주고 싶고 사주고 싶으니 말이다. 스웨터를 떠주랴 물어보면 당연 사양할 테니 물어보지 않고 며느리 카디건을 뜨기 시작했다. 정확한 size를 모르지만, 내 체격보다 작으니 적당히 가늠해서 완성을 했다. 요즘 트렌드인 짧은 스타일의 카디건이다. 다행히 완성된 모양새가 봐줄 만하다. 아니, 쏙 마음에 든다. 내 마음엔 들지만, 며느리도 마음에 들어 해야 할 텐데......




누구나 한다지만, 힘든 육아로 식사도 제 때 못하고, 좋아하는 일도 하지 못하는 그런 며느리 모습을 볼 때마다 도와주지 못해 늘 미안하기만 하다. 가까이 살고 있다면 사부인과 함께 도와줄 수 있을 텐데 말이다. 그러니, 이렇게라도 마음을 표하고 싶다. 추위를 많이 타는 며느리가 따뜻하게 입어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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