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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살을 따라나섰다. 오늘도 강가를 산책했다. 한파 주의보에 얼었던 강물이 녹아서 졸졸졸, 햇볕에 반짝 거린다. 먹이를 찾던 청둥오리 대신 햇빛에 부서지는 강물의 비늘이 눈보다 더 새하얗다.

사람이 먼저였는지, 고양이가 먼저였는지 발자국이 앞서거니 뒤서거니, 제일 먼저 찾아온 겨울이 "에헴" 젊잖은 헛기침을 한다.

엄동설한의 강가에 세찬 바람이 분다. 꽁꽁 싸맨 옷차림이지만, 바람은 어떻게 알았는지 얼굴을 가격한다. 바람의 공격이 제법 매섭다.
그러나, 문 틈을 비집고 들어오는 바람처럼 얼었던 강물을 비집고 햇살이 내려앉았다. 그 너른 햇살에 얼음이 녹아내렸다.

"게 섰거라." 동장군의 호통소리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고드름조차 녹여버린 햇볕. 그 찬란한 햇살이 고드름을 부순다.

가을에 앉은 종이꽃 씨앗이 세찬 눈보라를 견디어 서 있는 것은 바로 기적 때문이다. "기적, 여기도 있소." 금규화 꽃씨가 손을 번쩍 들었다.


"암, 억새는 흔들려야지." 가녀린 바람결에도 흔들리는 억새가 겨울을 타는지, 보드라운 솜털을 간질이고 있다.

"여기를 봐주세요. 우리가 있잖아요." 아우성 소리에 뒤를 돌아보니 "봄아, 힘내세요, 우리가 있잖아요." 여기저기 "아빠 힘내세요'를 외치고 있다. 아, 땅 속 어딘가에서 이를 듣고 있을 봄. 봄이 귀를 열었다.



아, 그렇구나. 내 귀에만 들리는 봄이 오는 소리. 내 눈에만 보이는 아지랑이 치맛자락. 햇살 한 줄기가 살그머니 새 하얀 편지 한 통을 우체통에 집어넣고 있었다. 봄이 보낸 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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