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삐뚤빼뚤 글쓰기

표 나고 신나는 일

요술공주 셀리 2025. 4. 3. 12:40

커피를 내려서 밖으로 나갔다. 커피 한 모금 마시고 화단 한 번 바라보고, 한 모금 마시고 나무 한 번 바라보기를 반복한다. 말발도리에 푸른 잎이 무성하고 이스라지에 꽃망울이 맺혔으니 쓴 커피도 달고 맛있다.




데크에 앉아 "오늘은 무슨 일을 할까?" 여기저기 기웃거리다 할 일이 지천임을 발견한다. 키 큰 잣나무 그늘에서 빛을 보지 못하는 저 핑크뮬리를 옮겨야겠구나 생각이 미치자, 곧바로 행동 개시. 햇볕 쏟아지는 주차장 옆 빈 공터에, 6개를 이식했다.



으랏차차, 삽으로 핑크뮬리를 떠내는데, 그늘에서 자란 이 아이의 뿌리가 실하지 못하다. 바람 잘 통하는 환경 좋은 곳으로 옮겼으니 잘 자라야 할 텐데......
그런데 핑크뮬리 파 낼 때, "아얏"하고 소리 지르는 아이 있었으니 '앵초'다. 이제 막 싹을 틔운 앵초를 그만 밟은 것이다. 키도 작은 데다 화단 끄트머리에 있으니 미쳐 보지 못했던 것. 그러니 앵초를 살리려면 긴급조치가 필요하다. 그리하여 계획에 없던 벽돌을 심기 시작했다. 낑낑거리며 붉은 벽돌을 날아와 발판을 만드는데, 벽돌이 턱없이 부족하다. 두 줄로 심어주면 딱 좋겠는데 할 수 없이 벽돌은 한 줄로 심고 보조로 돌을 심었다.
왼쪽의 돌길과 대칭을 이루니 보기도 좋고, 걷기도 쉬운 디딤돌이 그래서 하나 더 탄생을 했다.





사부작사부작 일을 했는데도 그것도 노동이라고 '몸은 백수인데 배꼽시계는 공무원' 시장기가 돈다. 든든히 식사를 하고 달달한 믹스 커피를 타서 다시 데크에 나와 앉았다. 봄이면 시작되는 바깥나들이다. 이때, 또 눈에 들어온 '주목' 나무. 엊그제 1차로 전지 하다 키가 닿지 않아 방치했던 주목이 레이다망에 잡혔으니, 오늘은 의자에 올라가 삐죽삐죽 웃자란 나뭇가지를 잘라 주었다.




의자에 올라간 김에 하늘 덮은 개나리도 전지를 해서 도로의 갓길, 경사진 공터에 깊숙이 꽂아 주었다. 살아만 준다면 흙을 잡아주고 노란 별꽃을 달아줄 테니 꿩 먹고 알 먹고다. 그러니 너 개나리도 꼭 살았으면 좋겠다.



중천에 뜬 해가 눈이 부셔 집으로 들어가려는데, 오늘 왜 이러는 거야? 구름이 하늘을 덮어 그늘을 만들어 주니 '남편의 자동차 바퀴 휠'을 긁었다는 돌멩이를 혼내줘야겠다. 밖으로 툭 튀어나온 돌멩이를 안으로 들여서 작업을 하고 집으로 돌아오니 오후 네시. 휴~ 오늘도 많은 일을 했다. 그러나 굵직굵직하고 덩어리 큰 일들. 작업을 할 때마다 변화무쌍한, 결과가 확실한 일을 해서 너무 좋다. 무얼 했는지 표가 나니 절로 신이 나서 결국 또 초과달성을 했다. 아이고, 그래서 오늘도 피곤한 하루를 보내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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