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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 씨, 왜 이렇게 늦는 거야?" 당일 배송, 로켓 배송을 자랑하는 대한민국에서 주문한 지 열흘이 넘어도 오지 않는 택배가 있었으니 pansy꽃이다. 이제나 저제나 기다리던 꽃이 오늘에서야 도착을 했다.
움직이지 말라고 꽁꽁 묶여서 배달된 꽃은 온실에서 자란 표시가 역력했다. 웃자란 꽃, 덜 자란 꽃이 섞여서 모두 12개가 왔다.

네 개의 화분에 나누어 심어 주니, 왜 이렇게 빈약해 보이는 걸까? 에이, 한 판 더 시킬걸, 후회가 된다.

종이 박스에 묶여 오느라 더러는 말라비틀어지고 부러진 꽃도 있으니, 아이고 안타까워라. 배양토와 밭흙을 섞어 심고 충분히 물을 뿌려주었다. 공기 좋고 햇볕 좋은 이곳에서 무럭무럭 잘 자라라고 '강원도의 힘'! 기를 팍팍 넣어주었다.
한 개는 자전거에 올려주고, 화분 한 개는 볕 좋은 남쪽 데크에 놓아주었다. 목이 긴 화분은 출입구에 손님맞이용으로 사용했다.



그리고 꽃을 제일 많이 심어준 직사각형 화분을 여왕마마 흔들의자에 턱 올려주니, 이게 또 뭐라고 집 안이 환해졌다.

팬지는 작지만 비비드 한 색상의 화려한 꽃이다. 어느 환경에서도 잘 자라고 가격도 저렴해서 도로변이나 관공서 등지의 화단에 가장 많이 심는다고 한다.
그런데 팬지는 의외로 겸손한 꽃. 꽃들이 모두 고개를 숙여 땅을 바라보고 있다. 그래서 붙여진 이름, '사색하는 사람'이라니 의외다. 프랑스어의 penser(팡세, 사색)가 어원이라고 한다.
가끔은 도시에서 살았던 때가 그리울 때가 있다. 햄버거나 피자, 치킨이 먹고 싶은 것처럼 도시의 꽃, 팬지를 노지도 아닌 화분에 심었다. 12개, 적은 양이어서일까? 도시는 고사하고, 아직은 어디에 있는지 보이지도 않는다. 그러나 여름쯤 팬지의 덩치가 커지면, 나도 널 따라 사색하는 사람이 되어보고 싶구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