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삐뚤빼뚤 글쓰기

山行

요술공주 셀리 2023. 5. 9. 21:53

개구리가 올챙이 적 생각을 못한다더니, 4월에 산행을 했을 때가 기억이 나질 않는다.
진달래가 흐드러지게 피어있었다는 것 말고는, 나뭇잎이 노란 연두였는지 연두색이었는지, 으아리의 키가 얼마만큼이었는지 잘 모르겠다.
4월엔, 산 초입에 있는 물 웅덩이에 무수히 많은 올챙이가 있었는데, 어찌 된 일인지 오늘은 개구리 두 마리만 헤엄치고 있다. 그런데, 그 많던 올챙이는 다 어디로 갔을까?
 

 

 

산 입구부터 연둣빛 이파리와 초록색의 나뭇잎이 와글와글 서로 앞다퉈 마중을 나온다.
'고사리가 폈다'라고 표현하는 반장님의 손 끝을 따라가니 삼각형 우산 모양의 고사리가 있다. 이렇게 생긴 것은 이제 먹을 수가 없단다.
 

 
 
정상에 도착하니 진달래 있던 자리에 철쭉이 한창이다.
분홍치마를 입은, 훤칠하고 날씬한 소녀를 닮은 꽃. 철쭉이 이렇게 아름다울 줄이야......
 

 

"반장님, 여긴 어린 두릅나무가 참 많네요." 했더니, 두릅이 아니라 '붉나무'라고 정정해 주었다. "북 치는 그 북인가요?" 물으니 "붉다"의 붉나무라고, 가을에 붉은 단풍이 아주 예쁜데, 소금기가 있어서 옛날엔 두부의 간수로 붉나무를 사용했다고 설명해 주신다. 반장님과 함께 등산 오기를 참 잘한 것 같다. 자연에 대한 해박한 지식을 얻을 수 있으니 식물에 대한 관심과 애정도 늘어만 간다.
 

 

"이런 쯧쯧쯧, 엊그제 추위에 다래순이 동사를 했네. 강원도 날씨는 5월에도 서리가 내리니 원......" 
이식한 꽃범의 꼬리 이파리도 다래순처럼 거무튀튀해졌는데, 갑자기 왜 그럴까 무척 궁금했었다. 서리 때문임을 이제야 알게 되었다. 아, 그래서 농원에서 고추와 호박은 5월 중순쯤 심으라고 했었구나. 강원도는 일교차가 유난히 심하고 5월에도 서리가 내린다며, 비닐하우스의 필요성을 강조한 진사장님이 생각났다. 강원도에서는 월동이 가능한 식물이 일 순위요, 추위를 비켜가는 시기를 잘 알아야 실패가 없다는 것도 알아야 한다고 했다.
 


산이 점점 살찌고 있다. 새싹이 어린이가 되고 나무들도 녹색 옷을 입었다. 새들이 많아지고, 벌과 나비도 찾아오니, 녹음방초 우거진 산도 얼마 남지 않았다. 그러니 어느새 그늘이 좋아진다.

'삐뚤빼뚤 글쓰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다시 인사동  (0) 2023.05.11
아버지의 전시회  (0) 2023.05.10
민들레 영토  (0) 2023.05.09
어버이날 선물  (0) 2023.05.08
일기(5.5)  (0) 2023.05.06
공지사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