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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시간에 어제와 같은 장소, 인사동에 다시 왔다. 인산인해를 이뤄 북적이던 전시장은 작가의 유가족과 충북문화재단 관계자 등 20명 내외의 조촐한 모임으로 세미나가 진행되었다.
8명 작가를 심도있게 연구한 조은정교수의 강의가 시작되자 전시장은 숙연한 분위기의 학습장이 되었다. 세미나는 안승각작가를 필두로 박석호, 임직순, 정창섭, 이기원, 윤형근, 안영일, 하동철 님을 소개하는 순서로 진행되었다. 작가의 특징과 핵심을 간단명료하게 정리해 준 덕분에 작품과 작가를 아주 쉽게 이해할 수 있었다. 중간중간 작가의 인생 및 철학, 에피소드까지 소개할 때엔 작은 감동까지 전해주었다. 시간이 어떻게 지났는지 2시간이 훌쩍 지나갔다. 특히 유가족의 생생한 에피소드는 아주 의미 있고 특색 있는 내용이어서 세미나는 대성공이었다. 강원도로 내려가는 막차를 예매했었는데 취소하기를 참 잘한 것 같다.
안승일작가의 며느리, 박석호작가의 아들과 하동철작가의 딸을 만나서 화기애애한 이야기 꽃을 피우니, 아버님을 만난 듯 반갑다. 전쟁 후, 어려운 시대에 힘들게 공부하고 그림을 그린 작가와 함께한 가족이다. 게다가 자녀들 모두 현재 작업을 하는 사람들이다 보니, 우린 전우애 같은 묘한 동지애를 느꼈다. 세미나가 끝났지만, 우린 쉽사리 전시장을 떠나지 못하고 한참을 배회하다가 다시 만나자하며 헤어졌다.
인사동의 또 다른 재미, 쇼핑! 참새가 방앗간을 지나칠 리 없다. 퇴직한 후엔 편한 옷만 찾는데 인사동 패션이 그 목적엔 안성맞춤이다. 리넨 소재의 넉넉한 상의와 고무줄 바지, 옥이에게 그려줄 면 티셔츠를 고르니 옷무게가 꽤나 묵직하다. 한 손엔 아버지의 추억을, 다른 한 손엔 방앗간에서 건진 두둑한 행복을 안고 아들네 집으로 돌아왔다. 이틀간의 인사동 일정이 피곤할 만도 할 텐데도 좋아하는 그림과 사람들과의 만남 때문인지 그저 흐뭇하고 뿌듯하기만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