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삐뚤빼뚤 글쓰기

문래동 냉삼집

요술공주 셀리 2023. 5. 11. 21:18

아들네 집에서 이틀이나 머물 줄이야. 충북갤러리 전시회 오픈 행사만 참석하려 했으나, 세미나에도 참석해 달라는 손명희학예사의 부탁으로 하루 더 머물렀더니 두 아들과 행복한 시간을 보내게 되었다.

계획하지 않았던 우연의 만남이 더 기쁜 것. 생각지 않은 저녁식사 모임이 순식간에 만들어졌다. 메뉴는 삼겹살, 큰 아이의 지인이 하는 집이란다. 그래서 우린 얼떨결에 삼겹살을 먹게 되었다.


문래동 '냉철한 삼겹살'집은 길가의 아담한 식당이었는데 테이블마다 사람들이 꽉 차 있었다. 예약하지 않았으면 되돌아올 뻔, 간신히 자리 잡은 둥근 테이블엔 추억을 자극하는 올드한 불판이 자리 잡았는데 곧 도착한 냉동 삼겹살은 불판에서 지글지글, 추억을 소환하는데 10초면 충분했다.

 

 



바삭 구워진 고기 한 점과 마늘 한쪽, 쌈장 한 젓가락 푹 퍼서 고기 위에 얹어 먹으면, 식욕이 팍팍 솟아난다. 한 점 한점 먹다가 느끼해질 때 고추장주물럭 1인분을 추가하면, 매콤한 냄새와 먼저 만나게 된다.



주물럭 한 점, 삼겹 한 점 먹다가 배가 불러오면, 고소한 껍데기 한 접시를 추가한다. 딸려 나온 미숫가루에 톡톡 찍어 먹으면, 쫄깃쫄깃 고소함이 두 배, 배불러하면서 또 먹게된다.



아휴, "이젠 더 못 먹어." 하다가 냉면이 배달되면 후룩후룩 또다시 젓가락질이 이어진다.


남편과 삼겹살을 구워 먹은 지 며칠 되지 않았다. 그래서 큰 애가 냉삼을 먹자할 때 시큰둥하던 사람이, 제일 먼저 먹기 시작해서 냉면까지 두루 섭렵했다. 세 사람이 4인분을, 6만 원대로 먹었다면 가성비 최고 아닐까? 님도 보고, 뽕도 딴 날. 오늘은 인사동으로 문래동으로 동분서주한 날이다.
참, 보기 드문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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