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삐뚤빼뚤 글쓰기

'서울의 봄'을 보다

요술공주 셀리 2024. 1. 6. 10:49

수산나가 왔다. 오늘은 목적이 있어 찾아온 것. 서로의 근황을 묻고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가기 직전에 뜬금없이 영화 이야기를 했다. "요즘 엄청 핫한 서울의 봄이란 영화 보셨어요?" 하는데, 오래전 남편과 '명랑'과 '알라딘'을 본 기억이 다다. 더구나 강원도에 이사 온 이후엔 극장 갈 일이 없었으니 내게 영화는 먼 나라 이야기다.

수산나로부터 '토요일 오후에 예약했다'는 문자가 왔다. 그제서야 '서울의 봄'이 어떤 영화인지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대한민국 사람이면 다 아는 이야기. 영화는 박대통령의 서거로부터 시작이 된다. 전두광이란 군인과 1970년대 후반의 우리나라 이야기인데, 영화의 시작부터 끝날 때까지 잠시도 긴장을 늦추지 못하는 영화였다. 아는 이야기지만, 그러나 전혀 알지 못했던 이야기. 영화는 영화일 뿐이라고 생각하며, 군인 전두광의 작태가 싫어 영화 초반엔 일부러 화장실엘 다녀왔다.

어릴 적엔 '수사반장'이란 드라마를 손꼽아 기다렸던 적이 있었다. 범인을 잡는 형사들이 멋지고, 범인을 잡을 때까지의 긴장감과, 잡았을 때의 통쾌함이 무척 매력적이었다. 그런데 나이가 들면서 얽히고설키는 정치 이야기나, 지나친 갈등상황이거나, 사람을 죽이고 잔인하게 싸우는 장면 들이 싫어졌다. 그런 류의 영화나 드라마는 언제부턴가 멀리하기 시작했다. 그냥 생각 없이 웃을 수 있는 단순한 코미디나, 마음이 따뜻해지는 가족적인 드라마를 선호하게 되었다. 그러니 처음엔 이 영화를 끝까지 볼 수 있을까 싶었다.

영화 '서울의 봄'은 뺏어야하는 쪽이 더 강함을 이미 알고 보는 영화인데도, 묘한 기분 나쁨과 고삐에 끌려가는 긴장감이 있었다. 중반부터는 어떻게 시간이 갔는지 모르겠다. 어떤 결말일지 뻔히 아는 스토리지만, 반란군과 서울을 지키려는 이장군의 치열한 각축전이 지루하지 않게 잘 짜인 영화. 대학생일 때 벌어진 몰랐던 수도 서울의 이야기. 이제야 그때의 과정을 낱낱이 알게 된 영화 같은 역사를 알게 된 이야기. 그런데도 그냥 영화였으면 참 좋았을텐데 하면서 본 영화였다.
조선시대의 세조가 생각이 났다. '권력이 뭐길래' 예나 지금이나...... 그런 생각이 들었다.

2시간 30분이 참 빨리도 지나갔다. 영화가 끝났음에도 사람들이 자리에 그냥 앉아 있다. 의례히 영화가 끝나면 불이 켜져야 하는데, 이 영화는 계속 화면이 움직이고 있다. 무엇 때문인지는 몰라도 우리도 한참을 그렇게 앉아 있었다. 서울엔 봄이 온 걸까? 엊그제가 12월이었는데 우연일까, 영화의 배경도 12월. 강원도에 봄이 오려면 아직 3~4개월은 더 기다려야한다. 기다리면 봄은 늘 찾아왔었지. 수산나네 부부와 함께한 오늘처럼. 그렇지, 어딘가에서 봄이 오고 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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