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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락 내리던 눈이 함박눈이 되었다. 청소를 하는 사이 펑펑 내리고 있다. 빗자루로 쓸어낸 만큼의 양이 금세 또 쌓인다. 하얀 세상이다.

윗집 눈사람은 그대로인데 우리 집 눈사람은 벌써 다 녹아버렸다. 머리카락으로 사용한 잣나무가지와 만세 하던 막대기만 남아 있다.
새해 들어 자주 오시는 눈. 풍년이려나? 그래 풍년도 좋은데, 오늘 춥지 않아서 더 좋다.
눈이 오면 왜 그럴까? 전화를 하고 싶어 지니......
그런데, 두 아들은 일 하고 있을 테고, 며느리는 손자와 함께 시간을 보내겠지? 친구 상희는 미국에서 딸 가족이 왔으니 정신없을 테고, 현희는 엊그제 통화했으니 그렇고...... 다들 바쁘겠지? 반가워할까? 선 듯, 전화를 걸지 못한다.
그럼, 오늘도 눈이랑 놀란다. 엊그제 눈사람을 만들었으니, 오늘은 무얼 만들까? 무작정 눈송이를 굴려 꽃송이를 만들었다. 송이송이 눈꽃송이 ~ ♪ ♬
'하늘에서 내려오는 하얀 꽃송이' 콧노래를 부르다 눈사람 대신 꽃송이를 만들었다. 쉽지 않다. 습도가 낮아 눈이 잘 뭉쳐지지 않는다. 쌓아 올리는 것은 포기. 키 낮은 꽃잎을 붙이고 암술은 눈으로, 수술은 잣나무 이파리로 표현해 보았다. 꽃은 그래도 겹꽃이다.
고무장갑을 끼고 작업했지만, 마지막 디테일한 곳은 맨 손으로 처리했더니 손이 시리다. 한겨울의 꽃. '활짝 핀 꽃 한 송이'를 완성했다.

그런데 큰 일이다. 가랑비에 옷 젖는다더니, 하루종일 내리는 눈에 길이 미끄럽다. 부모님 퇴근하시기 전에 길을 만들어야 놓아야 한다. 남편이 만든 밀대로 눈을 밀지만, 여기저기 빙판이 있어 위험하기 짝이 없다. 염화칼슘 한 포를 풀어 부모님 오시는 길에 우선 뿌려주었다. 눈이 쌓이면 센터차량이 집 앞까지 들어오지 못하기 때문이다. 휴~ 땀이 난다. 모자도, 점퍼도, 장갑도 다 젖었다. 눈은 치웠지만, 오늘은 자동차 서는 곳까지 마중을 나가야겠다. 눈을 치우고 돌아오니 꽃송이는 온데간데 없다. 쌓인 눈으로, 온통 하얀 나라 천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