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작년보다 일주일 정도 빠르다는 비, 장마다. 후덥지근~, 습도도 높고 덩달아 컨디션은 구름만큼 무겁다. 그래도 풀은 뽑아야지. 물 먹은 땅을 호미로 닥닥 긁어 풀을 뽑았다. 비 좀 왔다고 케모마일도 고추도, 토마토도 죄 누웠기에 지지대와 지지대 사이에 끈으로 이들을 묶어 주었다. 그래서 장마 대비는 이제 끝!지지대를 만들어줬으니 여유만만. 저녁에 감자전을 하려고 감자를 캤다. 하지에 캔다 하여 하지감자인데, 하지 전인데도 제법 알이 굵다.여유만만, 유유자적, 이제 꽃들을 둘러 볼 차례. 꽃들에게 물어본다. "너희들은 장마에 끄덕 없겠지?" 노랑 달맞이 대신 벌이 대답한다. "오, 예스." 비를 맞아 흠뻑 젖은 웨딩찔레도 쓰러질 듯 풍성하다.올봄에 애기를 사다 심었는데도 꽃을 피운 삼색 병꽃이웃이 나눔 해..
(키: 30m, 중량: 1,400t, 주행 속도: 3,000km/h, 우주에서는 광속에 가까움, 화력: 로켓 주먹, 광자력 빔, 미사일 등 ).1976년 한국 어린이들의 친구로 찾아온 (로봇 태권 V)의 어마어마한 스펙이다. 이 놀라운 로봇이 애니메이션으로 살아 움직였을 때를 기억한다. 온 동네 어린이들이 극장에 모여 앉아 환호를 지르며 태권 V의 발차기에, 철이와의 호흡에 열광했을 그때, 만화를 마땅치 않아 하는 부모들까지도 역시 그 환호에 동참할 수밖에 없었더랬다. 오랜 시간 로봇은 아이들의 친구였다. 태권 V냐, 도라에몽이냐, 아니면 범블비냐의 차이는 있겠으나 누구나 어린 시절 마음에 품은 로봇 하나쯤은 있는 법이다. 우리는 태권 V의 어떠한 면에 열광했던 것일까. 그것은 물론 첫머리에서 밝힌 ..
(도덕적 권리를 인정받으려면 경험을 필요로 한다. 이런저런 것을 느끼는 내면세계가 있어야 하고 경우에 따라서는 고통을 느낄 줄도 알아야 한다. 반면에 도덕적 책임을 지려면 행위 능력이 있어야 한다. 무언가를 계획하고 실천하며 자신의 생각의 결과를 이해할 수 있는 능력이 있어야 한다. ) 이 구분에 따르면 대체로 책임은 있으나 도덕적 권리는 없는 존재로 인식된다. 즉, 우리는 AI의 행위에 책임을 묻기는 하겠지만 AI의 고통에 공감하지는 못한다는 것이다. 여기에서 AI는 인간의 친구라거나 가족일 수 없는, 그저 '고성능 기계'일 뿐이다. 하지만 이렇게 AI의 마음을, 그리고 그것에 따른 그의 지위를 결정하는 것이 옳은 일일까. 마음이란 무엇인가. 인간은 자신이 마음을 가지고 있다고 믿지만, 사실상 그것..
AI의 지위 문제에서 중요한 두 번째 특성은 과연 AI에게 '마음(mind)'이 있는지의 문제이다. (마인드 클럽의 회원 자격이 중요한 이유는 이것이 분명한 특권과 연관되기 때문이다. 즉, 마음이 있는 존재에게는 존중, 책임, 도덕적 지위가 인정되는 반면에, 마음이 없는 존재는 무시와 파괴의 대상 혹은 사고팔 수 있는 소유물로 전락된다.인간이 낯선 대상을 판단할 때 가장 기본적으로 사용하는 기준은 '그에게 마음이 있는가'다. 백인이 처음 흑인이나 황인종을 마주했을 때 그들은 일방적으로 유색인종에게는 자신과 같은 마음이 없을 것이라 판단했다. 그리고 이 판단은 그저 판단 자체로만 머무는 것이 아니라 유색인종을 노예화하고 도구화하는 것을 정당화하는 논리로까지 연결되는 문제를 가져온다(물론 이 앞뒤 관계가 바..
기술적 대상들이 처음부터 자연적 대상처럼 인식되는 것은 아니다. 처음에는 단순한 기술적 요소들로 시작해 각각의 요소들이 결합하고 서로 연결되어 전혀 새로운 기술적 대상을 만들어 낸다. 이 연결의 사이에는 단순히 기술과 기술의 더하기만 있는 것이 아니라 변증법적 발전 과정도 포함된다. 그리고 그렇게 만들어진 기술적 대상은 또한 다른 기관이나 인간과 연결되어 새로운 방식으로 작동하거나 이해할 수 없는 결과를 만들어 내기도 한다. 예를 들어 증기기관을 생각해 보자. 단순히 연료를 태워 발생하는 열을 동력으로 사용하는 것을 증기기관이라 부르지만 그것의 탄생에는 열역학 원칙이라는 과학 이론이 바탕이 되어 있다. 또한 에너지를 보전할 수 있는 장치, 즉 외부의 압력이나 간섭으로부터 에너지를 보호할 수 있는 장치를..
중국에서 그제 귀국한 동생네가 어제 강원도에 내려왔다. 난 아침부터 바쁘다. 청소하고 쌀을 씻고, 동생이 좋아하는 반찬을 하는 등 정신이 하나도 없다. 그런데도 어깨가 들썩들썩, 발걸음은 사뿐사뿐 몸도 마음도 가볍다."언니, 출발"오후 6시에 문자가 왔으니, 7시 반이면 도착할 게다. 식탁에 저녁을 차리고 있을 때, 동생 차가 도착을 했다. "언니, 우리 왔어." 오랜만에 만나는데도 어제 본 얼굴인 듯 낯이 익고, 격이 없다. 이렇게 마음이 편할 수가 없다. 그때부터 우린 수다 삼매경. 그동안의 중국 생활과 아들, 며느리, 손주들 이야기, 부모님과 형제들 이야기로 시간 가는 줄 모른다. 동생과의 수다로 늦게 잠들었지만, 오늘도 일찍 일어났다. 오후엔 동생과 함께 보내야 하니, 해뜨기 전에 밭고랑의 풀을 ..

일찍 떠오른 해님 덕에 오늘도 일찍 일어났다. 커피 한 잔을 들고 데크에 나가 하늘과 산과 나무를 즐겼다. 그런데, 초록의 나무와 파란 하늘에게 마음을 빼앗겨 멍 때리다가 그만 시간을 놓쳐버렸다. 앗, 오늘 반모임! 그제야 정신을 차려 세수하고, 간신히 아침 미사에 참석했다.9시 30분 미사를 마치고 우린 마르코방에 모였다. 농번기라서 평소보다 적은 인원 6명이 모여 시작 기도를 하고 작년 '성모의 밤'에 헌송한 '어머니여 꿇어앉아' 성가를 합창했다. 낯이 익은 성가 선율에 작년의 추억이 떠올랐다. 처음 악보를 받고 어르신들과 회관에 모여 엄청 열심히 연습했었는데......'요한복음'을 읽고 마음에 와닿는 구절을 서로 나누는데, 평소 말씀이 없던 루시아 어르신이 "글쎄, 난 '지식'을 뽑았지 뭐야. 그 ..

쟁반에 아침을 차려 데크로 나간다. 사방에 초록 병풍이 둘러쳐 있다. 귀를 열지 않아도 새소리 들리고, 은은한 꽃향기가 코를 간질인다. 초록의 향연, 바람의 향연, 꽃의 향연이 펼쳐지는 곳. 어느 한적한 휴양지의 리조트 풍경이다.초록이 좋아 나무를 심었고, 꽃이 좋아 가꿨는데 그들이 내게 더 많은 걸 준다. 오래 피는 꽃, 배경으로 더 아름다운 꽃, 가녀리지만 꾿꾿한 순백의 마가렡을 나는 좋아한다.여린데, 강하다고 남편이 좋아하는 섬색시꽃(웨딩 찔레).30cm 정도의 황금조팝이 어느 날 잔디를 꽉 채웠다. 솜털 보송한 핑크빛이 6월을 꽉 채웠다.풀인 줄 알고 죄 뽑다가 아차 싶어 겨우 살린 안개꽃. 그래서 더 돋보이는 포인트 꽃이 되었다.시골 흔한 꽃이라서 동생이 나눠줄 때, 싫다고 했다. 그런데 볼수록..